칼럼-작은 것이 아름답다
칼럼-작은 것이 아름답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01 16:2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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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작은 것이 아름답다

연약하고 작은 잎새와 꽃잎들이 모여 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작은 존재들의 제자리가 세상을 세상답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도 우리들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속상해 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봐줄까 생각하기 전에 지금 현재의 나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일과 같다. 욕구·생각·감정·감각 등은 자신의 의식에서 경험되기 때문에 이것이 모두 마음의 작용임을 바로 안다면 쉽게 몸과 마음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요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순수한 마음이다. 매 순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평상심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1분, 2분, 잠시라도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고 몰입하면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순수한 마음자리에 머물수록 세상의 이치를 바로 깨닫게 될 것이다. 흔히들 사람들이 만드는 비극은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고, 본 것을 보지 못했다 하고, 보지 아니한 것을 보았다 하고, 듣지 않는 것을 들었다 하고, 들은 것을 못 들었다고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정직하고 순수하게 반응한다. 사람도 자연처럼 정직하면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유지 할 수 있다. 우리들은 누구나 공격적인 마음과 자애로운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몰인정하면서 부드럽고 진솔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인색함, 착한 마음, 나쁜 마음을 동시에 복합적으로 가진 경우도 있다. 생명의 에너지는 결코 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마음이 순간적으로 있어났다가도 저런 마음이 일어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한 찰나의 생각이 구백 번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착한 생각도 하루 종일 하지 않고, 나쁜 생각도 하루 종일 고정되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그 마음을 정직하고 진실한 쪽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 생명 에너지가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있다. 자연의 생명, 즉 마음 에너지와 우주의 에너지는 항상 흐르고 있다. 좋고 나쁜 경험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야 한다. 꽃은 피고 지나 언제나 말이 없고 바람은 가지 끝에 머무나 언제나 자취가 없네. 봄 산은 스스로 푸르고 물은 절로 흐르는데 온종일 선불장에 앉아 텅 빈 마음 마주하고 있네.

유트족 인디언들의 기도문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고 있다. 풀잎들이 햇빛 속에 고요히 있듯이 대지는 내게 침묵을 가르쳐주네. 오래된 돌들이 기억으로 고통 받듯이 대지는 내게 고통을 가르쳐주네. 꽃들이 처음부터 겸허하게 피어나듯이 대지는 내게 겸허함을 가르쳐주네. 어미가 어린것들을 안전하게 돌보듯이 대지는 내게 보살핌을 가르쳐주네. 나무가 홀로 서 있듯이 대지는 내게 용기를 가르쳐주네. 땅 위를 기어가는 개미들처럼 대지는 내게 한계를 가르쳐주네. 하늘을 쏘는 독수리처럼 대지는 내게 자유를 가르쳐주네. 가을이면 떨어져 생명을 마감하는 잎사귀처럼 대지는 내게 떠남을 가르쳐주고, 봄이면 다시 싹을 틔우는 씨앗처럼 대지는 내게 부활을 가르쳐주네. 눈이 녹으면서 자신을 버리듯이 대지는 내게 버리는 법을 알려주네. 마른 평원이 비에 젖듯이 대지는 내게 친절을 기억하는 법을 알려주네. 이 얼마나 아름다움의 극치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언제든지 잃을 수 있고, 우리와 연결된 것은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으며,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언제든지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만 잃을 것이 없다. 위를 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아래를 보면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즐비함을 알게 된다. 위만 쳐다보니 늘 불행한 것 같다. 항상 결핍을 느낀다. 남에게 보여주는 행복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성공하고 나서도 밤에 다리를 쭉 펴고 잘 수 있는 상태이다.

아라비아 속담 가운데 ‘너무 큰 신발을 신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인생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흔히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신발이 너무 크면 그 사람의 발밑이 불안정해지고, 그것을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차츰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인간을 깨우치고 인도할 힘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오직 하나, 바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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