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긴급재난지원금
아침을 열며-긴급재난지원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02 16: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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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긴급재난지원금

제일 먼저 희야씨 이야기를 해야겠다. 문재인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곤 이웃들 중에 가장 기뻐했으니까. 희야씨는 첫 아기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와서 결혼생활을 끝내고 혼자 살고 있다. 우울증을 아직 치유되기도 전에 집을 나왔으니 그 동안의 고생은 뻔했다. 노숙생활을 하고 있던 때에 용케 우리 동네에 선량한 할아버지가 동사무소로 시청으로 병원으로 쫓아다니며 돌봐준 덕분에 정부 기초수급자로 무사히 살고 있다. 최소한의 생활이 해결된 것이다.

잠잘 곳과 최소한의 먹거리가 해결될 뿐인데도 희야씨는 정부와 할아버지께 늘 감사하다고 웃곤 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가 시행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기초수급비 외에 100만원을 넘게 받았다. 희야씨로서는 거의 20년만에 만져보는 목돈이었다. 얼마나 기뻐하던지. 희야씨는 마스크를 아주 철저히 쓴다. 혹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겨서 고마운 문재인정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면서 착한 대통령 임기가 하루라도 줄어드는 걸 엄청 걱정한다.

다음은 진주 할머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그이는 진작부터 정부의 주택지원금 혜택으로 오랜 지하 집 생활을 벗어났다고 나라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었다. 20년 넘게 지하생활을 하다가 손녀가 태어나고 며느리가 가출하는 바람에 손녀인 진주를 키우게 됐던 것. 저출산 때문에 고민인 정부는 어려운 가정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그야말로 팍팍 지원해준다며 진주 할머니는 좋아한다. 아이 생활비 나오지, 집 주지, 무얼 더 바래. 남편도 자식도 못해준걸 나라에서 해준다니까. 그이는 이 말을 달고 산다. 과자 값은 내가 댈게, 이 말은 처음 진주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내가 한 말이고 말대로 하느라 한다. 이제 4살이 된 진주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며 며칠 전엔 유치원에도 입학했다.

진주 할머니는 재난지원금이 들어있는 카드를 들어 보이며 ‘문재인카드’라며 카드로 물건을 사는 게 처음이라며 신기해한다. 문재인대통령 다음에도 착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큰소리로 아기처럼 깔깔대며 웃는다.

“내 생전 나고 나서 나라에서 돈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카이” 이번에는 밍키언니가 하는 말이다. “높은 사람들 저희끼리 뒤로 빼돌리지 않아서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때도 있는 기제” 밍키언니는 덧붙인다. 밍키는 언니가 키우는 강아지로 나는 그이를 부를 때 밍키언니라고 한다. 딸만 네 명인 밍키언니는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도 딸들 키우느라 안 해본 일이 없다. 언니의 고생이 보람이 있어 이제 남편도 마음을 잡고 성실하게 살고 있다. 아무리 성실해도 코로나19사태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일거리가 줄어들다가는 최근엔 아예 뚝 끊어져버렸다. 하도 성실하게 일했던 터라 당장의 생활비는 걱정이 없는데도 일하던 사람이 일을 안 하니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던 차에 긴급지원금이 나오니 그 의기소침이 풀어진 것이다. “그려, 큰돈은 아니지만 백만 원이면 우선 쌀이 몇 푸댄가 말이야. 우리 마음이라도 훈훈하게 이 코로나사태 이겨보세” 막걸리라도 대접하며 외려 다른 이웃들을 위로와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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