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호국(護國)과 보훈(報勳)
장영주 칼럼-호국(護國)과 보훈(報勳)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02 16: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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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호국(護國)과 보훈(報勳)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은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고, 보훈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 것이다. 지난 6월 1일이 ‘의병의 날’로 지정되어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곽재우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1592년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다. 특히 올해는 6·25 동란 발발 70주년 되는 해로 전쟁은 특히 모든 집과 체제를 파괴하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다섯 개의 집을 지닌다. 첫째는 자신의 마음이 깃든 몸집, 둘째는 식구들의 사랑이 있는 가정, 셋째는 국민의 집인 국가, 넷째는 생명 모두의 집인 사해일가의 지구, 다섯째는 시공간의 모든 존재의 근원인 우주이다.

다섯 개의 집 가운데 중간인 국민의 집-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충성이다. 충(忠)은 중심(中+心)을 잘 아우르는 마음이다. 다섯 개의 집을 모두 사랑하는 집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산다면 깨달은 사람이며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인간인 홍익인간의 자격이 있다. 우리 민족에서 나라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목숨으로 지켜 낸 충인(忠人)들은 어김없이 효자들이었다.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뿐만 아니라, 만주의 살인적인 추위를 홑겹의 옷으로 버티며 나라를 위해 사라져간 이름 없는 무명의 광복군들도 효자가 아닌 분들이 없다. 그 뒤에는 그렇게 키운 부모님의 교육이 있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감옥에 있는 맏아들 안중근 의사에게 마지막 입고 갈 내의를 지어 보내면서 이렇게 전한다. “응칠아(안중근의 아명), 늙은 어미보다 일찍 죽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하여 항소하여 연명하지 마라. 너는 조선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으니 어서 죽어라. 그렇게 하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하시며 효와 충의 뜻을 분명하게 가르치신다. 이에 일본인들도 시모시자(是母是子, 그 어머니에 그 아들)라고 놀라며 오히려 존경을 바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 몸과 가족을 사랑하는 효와 국민을 보호하는 충을 넘어 지구 전체를 지켜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바이러스에 의한 지구촌 전체의 비극인 팬데믹 사태는 개인과 나라를 넘어 인류 전체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세대에 꼭 필요한 것은 타인의 생명을 내 생명처럼 위하는 바른 마음과 투명한 정보 공유이다. 이것이야말로 배우지 않아도 본래 받아 태어난 하늘과 같은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우한바이러스 이후 중공이 세계인들의 비판받는 이유는 유물론 특유의 생명 경시 현상과 이웃과 지구 전체를 지키려는 투명한 정보 공유를 등한시하였기 때문이다.

한 민족의 진리서인 ‘참전계경 제290사’에는 ‘천심(天心, 하늘의 마음)’에 대한 명확한 가르침이 빛나고 있다.

“천심은 배운 바는 없으나 다만 하늘같은 마음이 있어 선으로 향함이니, 착한 행실이라 일러주면 따르고, 착한 일이라 일러주면 행하며, 착한 마음이라 이르면 베푸나니, 비록 어짐의 길을 실천하지 못할지라도 착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음이니, 그는 가히 그 복을 받을 수 있느니라” (天心者 無所學而只有天心之向善也 云善行 從 云善事 作 云善心 施 雖不蹈仁 不善 不爲 可領其福)
천심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 들어있으니 천부경의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이다.

지금은 K-드라마, K-팝, K-푸드, K-미용에 이어 K-방역까지 전 지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는 바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심을 갖추고 태어난다는 홍익인간 정신이 한국인들의 문화의 키워드로 일거수일투족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건국철학인 생명을 두루 널리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의 하늘을 닮은 천심의 전통을 더욱 갈고닦아 대한민국이 인류의 사표가 되는 날을 앞당기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 몸집과 국민의 집을 천심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야말로 호국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신 선열들에 대한 후손들의 진정한 보훈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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