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선사시대 예술품 ‘홍도’와 ‘채도’
흙으로 빚은 선사시대 예술품 ‘홍도’와 ‘채도’
  • 강미영기자
  • 승인 2020.06.03 18:22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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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진주박물관 2020년 첫 특별전 ‘빛 × 색 = 홍도 × 채도’ 개최
▲ 국립진주박물관은 오는 8월 23일까지 2020년 첫 특별전 ‘빛 × 색 = 홍도×채도’를 개최한다. 사진은 진주 대평유적 출토 토기.

토기를 통해 찾아가는 선사인들의 발자취

진주 대평유적 출토 붉은간토기 등 327점
당시 유행·지역 특징…국외 교류도 확인
제작법 비밀 영상으로…8월 23일까지 전시


선사유물 가운데 우리의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토기가 있다. 바로 홍도(붉은간토기)와 채도(가지무늬토기)다. 붉게 빛나는 표면과 독특한 가지모양의 무늬, 다양하고 세련된 형태는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선사인들은 이와 같은 세련된 토기를 어떻게, 왜 만들었고 어디에 사용했을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국립진주박물관은 오는 8월 23일까지 2020년 첫 특별전 ‘빛 × 색 = 홍도×채도’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빛은 두 토기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광택을, 색은 붉은 표면과 검은색의 가지무늬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빛과 색을 담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두 그릇의 의미를 설명한다.

홍도와 채도는 서부경남의 젖줄인 남강유역의 중심도시 진주를 대표하는 유물로, 국립진주박물관은 두 토기를 전국 어느 곳보다 많이 소장 및 전시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진주 남강유역 출토품을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 등 전국 19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홍도와 채도 327점을 국내 최초로 한 자리에 모았다.

흙색의 거친 그릇에 붉은 빛과 가지 무늬가 입혀져 홍도와 채도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따라 오면 기획전시실 입구에 이르게 된다. 전시실 입구에는 두 토기가 각각의 색과 무늬로 완성되는 모습을 담은 디지털 포스터를 프로젝션 맵핑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다.

▲프롤로그
프롤로그는 아름다운 붉은색과 광택, 독특한 무늬를 가진 선사토기를 소개하고, 윤이 나는 이유, 붉은색과 가지 무늬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한다.

일반적인 토기와 비교되는 아름다움과 선사인들이 왜 붉은색과 가지 무늬를 귀한 그릇의 장식으로 선택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울진 죽변리와 통영 연대도 출토 채색토기를 비롯해 홍도·채도와 같은 곳에서 출토된 민무늬토기 등이 비교 전시된다.

▲1부-종류와 용도
1부는 전국에서 모인 채도, 독특한 모습의 그릇과 하동 띠밭골에서 출토된 국내 최대 크기(높이 45cm, 최대너비 50cm)의 홍도 항아리 등이 전시된다.

홍도와 채도는 민무늬토기와는 형태부터 명확히 구분된다. 다양한 형태의 두 토기를 소개하고, 그 종류와 용도에 대해 설명한다.

다종·다양한 형태와 제작에 들인 정성, 질 좋은 바탕흙을 사용하고 표면을 매끈하게 문질러 붉은색 안료를 바르는 등 제작기법의 차이는 두 그릇이 특별한 용도로 사용됐음을 의미한다.

사용하기 불편한 형태로 변하는 굽다리토기와 항아리, 무덤에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배치되는 둥근바닥항아리, 독널로 전용된 독, 의례장소에 깨어 뿌린 그릇 등을 통해 두 토기에 담긴 청동기인의 염원을 확인할 수 있다.

▲2부-지역적 특징과 문화교류
2부는 남강유역에서 출토된 토기 77점을 이용한 토기탑과 가지 무늬를 가지고 있는 중국 가오타이산(高臺山) 문화 출토 홍도 등이 전시된다.

청동기시대 남강유역 등 각 지역에서 등장한 지연에 기반한 대규모 집단(또는 정치체)은 구성원의 단합과 집단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제의 등 각종 의례를 활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의식에 사용된 그릇의 모양에서 각 사회 집단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도와 채도도 마찬가지다. 두 토기는 지역별로 특징이 뚜렷해 지역문화권을 나누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이다.

채도는 남강유역과 금호강유역 등 한정된 지역에서의 유행이 뚜렷이 확인되고, 홍도는 전국적으로 사용되나 지역별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에 따라 홍도는 지역문화권을 나누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동 경로를 찾기 어려운 북방과의 연결 고리나 바다를 건너 일본과 제주로 이어지는 흐름 등 문화교류의 일면도 두 그릇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붉은간토기(대평유적).
붉은간토기(대평유적).

▲3부-인류보편의 명품
3부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굽다리그릇과, 故 최규진 기증 유물, 중국 앙싸오(仰韶), 마자야오(馬家窯) 문화 출토 채색토기 등을 전시해 국내에서 출토된 명품 토기들과, 세계의 홍도, 채색토기를 소개한다.

인류는 아름다운 색상과 문양에 표면에서 윤이 나고, 가벼우면서도 물이 잘 새지 않는 그릇을 보편적으로 선호하고 귀히 여겼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에도 위의 조건을 충족한 그릇이 있었다. 바로 홍도와 채도이다.

이는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한반도에서 제작된 각종 토기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그릇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선사·고대시대 토기를 대표하는 ‘명품 중의 명품’이라고 불러진다.

홍도와 채도는 우리나라 선사시대부터 고대까지 제작된 토기 가운데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그릇이며, 전 세계에서 이러한 종류의 그릇이 사용됐다.

중국과 태국 등지의 홍도, 채색토기와 함께 대형 그래픽패널을 통해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아울러 3000여 년 전 진주 대평인의 삶과 죽음을 함께한 홍도·채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4부-실험고고학과 과학적 분석
4부는 홍도와 채도의 현대적 재현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제작방법에 대한 비밀을 풀어낸다.

유적에서 출토된 안료와 토기 받침대 등의 토기제작도구, 재현품 및 재현에 사용된 물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만든 두 토기의 재현과정을 영상으로 담았고, 재현한 실물을 실제유물과 비교해 전시한다.

아울러 과학적 분석으로 밝혀진 붉은색으로 빛나는 이유, 토기의 기능적인 우수성, 가지 무늬 형성의 비밀 등을 프로젝션 맵핑 영상으로 상영해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가지무늬토기(최규진 기증).
가지무늬토기(최규진 기증).

▲에필로그
청동기시대가 끝나면 홍도와 채도는 긴 목을 가진 검은간토기로 대체된다.

붉은색과 가지무늬는 없어졌지만 광택 있는 그릇은 계속해서 제작됐다.

이 그릇들은 홍도·채도와 같이 그릇 표면의 정리기법과 안료를 바르는 행위 등을 통해 윤을 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그릇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색과 무늬. 편리한 기능을 가진 그릇에 대한 선호는 인류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21세기인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 2018년 상설전시실 개편을 단행하면서 역사문화홀을 신설했다.

또, 1만년 우리 역사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대형 토기진열장(가로 10m, 세로 5m)을 새로 만들었다.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부터 조선시대 백자까지 전시된 400여 점의 도·토기 가운데 단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홍도와 채도였다. 붉은색과 윤이 나는 표면, 독특한 가지무늬가 관람객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물레가 없어 손으로 토기를 빚고 특별한 시설 없이 맨바닥에 불을 피워 구웠지만, 정성들여 문질러 윤을 내고 광물 안료의 가루를 물에 개어 발라 낸 붉은색은 수천 년 지난 지금, 현대인들이 봐도 뒤떨어지지 않는 세련된 미감을 선보인다.

두 토기는 청동기시대 토기 중 수량은 매우 적지만, 남강유역 등지의 장례문화에서 청동기보다 중요하고 필수적인 껴묻거리로 유행했다.

이와 함께 마을 제의와 각종 의례에 사용되면서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두 토기의 실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아직 규명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이번 특별전이 두 토기의 아름다움의 비밀을 밝히는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선사인들의 삶과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강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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