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우리 아이가 밥을 안먹어요
건강칼럼-우리 아이가 밥을 안먹어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04 14:5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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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태/삼천포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장원태/삼천포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우리 아이가 밥을 안먹어요

(예시) 우리 아이는 40개월이다. 또래에 비해 많이 마른 것 같다. 출생 몸무게도 괜찮았고 어릴때는 하루에 1000ml까지 분유를 먹어서, 의사선생님이 분유를 줄이라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이유식 진행은 나쁘지 않았는데 좋은 편은 아니었다. 돌 이후부터 군것질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식사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편식이 심해졌다. 식사 시간에 음식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다가 돌아다녀서 따라다니며 먹여야했고, 흰밥에 국만 먹으면서 물도 계속 마신다. 익숙하지 않는 음식이 나오면 입을 다물고 가리면서 음식을 거부하는 행동이 심해졌다…(후략)

영유아들이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를 섭식(feeding)이라 부른다. 이는 주로 부모나 보호자에게서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아이와 양육자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행위로 보아야한다. 보고에 따르면 영유아의 20~30%는 섭식과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영양의 불균형을 비롯해 성장부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상호작용에 있어 문제점이 있는 경우이며, 영유아의 섭식문제(feeding difficulty)는 신체 성장발육과 뇌 인지·발달에 영향을 끼칠수 있으므로 적절한 교정과 치료가 필요하다. 섭식문제는 원인이나 중증도와 무관하게 아이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과정과 그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용어이므로, 섭식 문제는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도부터 발달지체가 심각한 경우까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수유가 진행이 되지않는 6,7개월 아이부터 이유식이 진행이 되지 않는 돌전의 아이, 부모가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억지로 먹여야하고 그나마도 편식이 심한 유·소아, 어린이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섭식문제는 다행히 보통 소아청소년과 진료나 영유아 건강검진에서 선별(screening)된다. 선별이 되는 경우에는 구분이 필요한데 크게 식욕부진형, 감각예민성 음식 거부형, 음식섭취 불안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또한 각각의 범주에서 부모의 과민, 실제로 몸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심리적인 문제인 경우도 존재한다. 이런 과정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서 선별 받을 수 있다.

다음의 경우에는 빠르게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보러 와야 하는 경우이다.

▲식사시간이 되면 구역질을 먼저 한다. ▲야간에 잠자는 동안 또는 잠을 깨서 음식을 섭취한다. ▲아이가 잘 안 먹는다며 입 안에 음식을 머금고 먹고 있는 중에도 계속 음식을 준다. ▲아이가 완강히 거부하는데도 지속적으로 음식을 주려고 시도한다. ▲강제로 아이의 입을 벌려서 음식을 먹이려는 강제적 섭식 증상 ▲아이의 배고픔 신호와 상관없이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양을 기계적으로 먹이려고 준다.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 TV,동영상, 장난감 등을 주거나 아이가 TV나 장난감 없이는 음식을 먹지 않는 상황 ▲아이가 음식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

다음은 섭식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치료의 기본원칙이다.

▲식사 중에 주위를 분산시키는 TV나 게임, 핸드폰, 장난감, 책 등을 치운다. ▲제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도록 한다. ▲식욕의 최대화를 위해 3-4시간 간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되 중간에 음료나 군것질거리를 주는 것을 금한다. ▲아이의 구강발달 상황에 맞는 음식을 주어야한다. ▲아이가 먹을 때에는 편안한 중립적 태도와 웃는 표정으로 일관하되 아이가 보이는 행동에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반복하거나 야단을 치는 것을 금한다. ▲가능하면 아이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먹을 수 있도록 격려한다. ▲식사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섭식문제 교정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의식적인 행동에서 무의식적인 습관으로 성장하려면 6개월간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한다고 한다. 6개월의 노력으로 아이의 평생이 바뀔 수 있다면,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영유아 검진 시기까지 기다려보지 말고, 먼저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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