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비거’ 관광 상품화 두고 시의회서 논란
진주 ‘비거’ 관광 상품화 두고 시의회서 논란
  • 황원식기자
  • 승인 2020.06.04 18:09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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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홍 의원 “비거는 허구적인 사실…훗날 우스갯거리 전락 우려”
임기향 의원 “허구라면 어떻냐…선조들의 상상력 폄하하면 안 돼”
진주시 “역사 실증 중요치 않아…관광산업·지역경제 활성화 목적”
2020년 진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진주시가 야심차게 내세운 비거 관광상품화에 대한 시의원들의 날선 찬반 공방이 벌어졌다.
2020년 진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진주시가 야심차게 내세운 비거 관광상품화에 대한 시의원들의 날선 찬반 공방이 벌어졌다.

진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비거(하늘을 나는 수레)’를 관광상품화 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한 가운데 비거의 역사적 실존에 의문을 품고 사업화를 반대하는 일부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분위기는 진주시 행정사무감사까지 이어졌다.


4일 오전 10시에 열린 2020년 진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비거 사업화에 반대하는 시의원과 찬성하는 진주시·시의원들의 날선 찬반 공방이 있었다.

박철홍 진주시의원은 진주시가 역사적인 자랑이라고 홍보하는 비거가 사실은 조선시대 당시의 문헌에는 기록이 없고,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나라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허구라고 주장했다.

박철홍 의원은 “진주시에서 발행한 시정소식지 내용에는 ‘비거는 1592년 당시 성안에 갇힌 성주와 백성들을 위해 제작됐다’고 표기하고 진주시 홍보 동영상에서도 임진년 당시 하늘에 나타난 비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묘사해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허종현 진주시 문화관광국장은 “조선시대 문헌에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 비거가 있었다는 기록이 없지만 1919년 이후의 문헌에는 그런 내용이 있다”며 “앞으로 이 부분은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석을 달아서 시민들에게 분명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비거가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가 사업 추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며 “후대에 자칫하면 우리가 우스갯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진주시는 비거를 관광상품으로 가져올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국장은 “실제로 우리가 그 시대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역사적인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이 중요하지도 않다”며 “진주시는 비거에 대한 역사관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근대) 문헌에 있는 기록을 토대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이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임기향 진주시의원도 박철홍 의원에 이의를 제기하며 “박 의원의 말씀대로라면 다른 지역에서는 변강쇠전, 심청전, 별주부전 등으로 관광상품화를 하면 안된다”며 “이에 비하면 비거는 훨씬 사실적이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백번 양보해서 비거가 거짓이고 허구라면 또 어떻냐”며 “박 의원의 발언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조성까지도 폄하하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황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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