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호국불교(護國佛敎)
진주성-호국불교(護國佛敎)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07 16:0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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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호국불교(護國佛敎)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인 이유는 현충일과 6·25 전쟁일 등이 이 달에 있기 때문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만든 이유는 민족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자는 취지다. 외적이 국권을 강탈하고 동족에게 총칼을 겨누었을 때 조국의 독립과 이 땅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피를 뿌렸다. 우리가 지금 세계적인 강국으로 우뚝 선 것은 호국영령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호국보훈의 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호국불교의 위대한 발자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 호국불교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신라 화랑의 세속오계(世俗五戒)부터 고려 대장경, 조선의 승병활동까지 호국불교가 남긴 유·무형의 유산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명산 유곡의 무수한 사찰과 암자 하나하나가 그윽한 정신문화의 터전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호국과 결부된 불교였기 때문일지 모른다.

부처님의 법이 이 땅에 들어온 지 160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는 그동안 우리역사와 함께 발전하면서 백성들의 삶에 크게 기여를 해왔다. 특히 우리 불교는 나라의 위기시 가사장삼을 잠시 내려놓고 적을 물리치는 호국불교로서 역할을 해왔다. 임진왜란시 승군의 활약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서산대사인 휴정스님은 승병 1500명을 조직해 승군 총사령관에 임명됐고, 영규대사의 청주성 전투, 처영스님의 행주산성 전투, 사명대사의 평양성 전투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침을 당한 우리나라에서 호국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간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한국 불교의 신앙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군사정권 시절 한때 극히 일부 스님이 호국불교라는 미명하에 정권에 아부하고 권력에 밀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불교계는 과거 호국불교의 이념을 확립하며 순국한 스님들이 그랬듯이 중생의 편에서 이 시대에 부합되는 불교의 길을 나아가면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영규대사를 비롯한 의승병들의 뜻을 따르고 있다.

나라와 백성을 평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도 호국불교로서의 참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을 한달 늦춰 윤사월 초파일에 거행한 불교계의 결단도 결국은 호국불교 정신의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 하겠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다시 되새겨보는 호국불교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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