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해인사 수륙대재(水陸大齋)수륙재(水陸齋)는 정치적인 격변기에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무하기 위해 생성된 불교의례이다. 여기에는 내생(來生)을 받지 못하고 떠도는 수많은 원혼을 집단적으로 해원시키며, 동시에 신도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희구가 담겨 있다. 이처럼 수륙재는 불교에서 물과 육지를 헤매는 외로운 영혼을 천도(薦度·죽은 이의 넋이 정토에 나도록 기원)하기 위해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음식을 베푸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수륙재는 1599년 임진왜란 이후 민심수습을 위해 국가 위령제로서 처음 열렸다. 임진왜란 때 승려들의 수군인 의승수군(義僧水軍) 300여명이 참전했고, 종전 후의 피폐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선조대왕이 600여석의 쌀을 공양하여 자운 스님과 300여 대중, 그리고 통제영의 모든 백성이 합동으로 천혼재를 지내게 된 것이 연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충무공이 전사한 남해 노량에서 혼을 불러 전라좌수영 영내에서 지내다가 나중에는 여수 흥국사에서 시행되었다.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2020년 6월, 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대재가 지난 7일 해인총림 해인사에서 성대히 열려 대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수륙대재는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고혼들을 위령, 천도하는 행사로 불교계의 고승대덕과 한국전쟁 참전국의 주한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봉행됐다.
잘 알다시피 한국전쟁에서는 수많은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국군과 경찰사망자 14만1000명, 미국·터키·프랑스·네덜란드·태국 등 16개국 유엔 참전국 3만8000명, 북한군 52만명, 중국군 14만9000명, 남북 민간인 사망자 52만 명 등 숨진 이들이 자그마치 138만명에 달했다.
이날 수륙대재는 6·25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과 한국군, 북한군과 중국군이 삼팔선을 사이에 두고 진퇴를 거듭하며 138만 명의 희생자를 내고,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르면서 산하대지가 온통 피로 물들은 지 70년이 세월이 지난 후인 지금 그동안의 분노와 갈등이라는 공업을 치유하고자 해인사에서 마련한 행사이다. 이 행사를 통해 어둠을 걷어내고 아직 치유되지 않은 많은 전쟁 희생자를 천도해 영령들을 고통 없는 열반으로의 인도를 기원하게 된 것이다. 이번 수륙대재를 통해 한국전쟁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당하고도 천도 받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영혼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누리기를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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