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2)
도민칼럼-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15 16: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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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2)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은 꿀을 부르기를 석청이라고 했다. 마을에서 석청을 먹으면 위경련 통증이 가라앉는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께서 석청을 구해오셨다. 석청이란 깊은 산에 바위틈에 집을 짓고 사는 벌집에서 채취하는 꿀을 말한다. 그때 당시 우리 마을에서는 꿀이라고 하지 않았다. 석청이라고 불렀다. 지금에야 꿀 구하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꿀이 값도 값이려니와 워낙 귀한 것이라 구하기가 퍽 어려웠다. 꿀을 구하기 위해 공력을 쏟는 것보다는 남원이나 순천, 진주시내에 있는 가까운 병원엘 데리고 갔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 된다.

지금에야 꿀을 담는 용기가 유리병이다. 먼 거리 이동을 하는 꿀 병은 플라스틱 용기의 꿀 병이지만 옛날에는 옹기그릇 재질로 만들어진 단지 안에 담아진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꿀단지다.

경련을 일으키려는 조짐이 나타나면 어머니께서는 꿀을 한 숟가락 떠 잡수시면 경련을 일으키듯 하다가도 삼동설한에 매서운 칼바람이 갑자기 멎은 것처럼 진정이 되었다. 꿀을 처음 사 오던 날 삼남매에게 조금씩 맛을 보게 했으니 그야말로 꿀맛을 보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작은방 벽장 위에 숨겨 놓은 꿀단지를 찾아냈다. 아마도 서너 숟가락 퍼먹었던 것 같다. 1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가슴속을 예리한 칼로 도려낸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뱃속에서 뜨거운 불이 타는 것 같았다. 마치 어머니가 위경련을 일으킬 때 방 안 구석을 기듯 나도 어머니의 통증을 똑같이 재현했으니 말이다. 나는 이후로는 꿀은 아예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냥 질려 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70 나이가 되도록 꿀은 입에 넣기가 싫다. 그렇지만 지금생각해보면 얻은 것도 많다. 나는 아무런 잔병치레를 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랐다.

옛날에는 생활형편이 넉넉한 집에서는 기호식품으로 즐겨 사용했지만, 무엇보다 가정상비약이었다. 음식물을 먹고 체했을 때, 입술이나 손발이 부르터 피가 질질 흐를 때, 꿀을 발라주면 상처가 낫고 금방 부들부들 해졌다. 그리고 감기에도 생강, 무와 같이 다려 먹으면 효험을 보곤 했다.

이처럼 꿀은 가난한 집에서는 꿀단지를 들이기는 어려웠지만, 부잣집에서는 보물을 넣어둔 것 마냥 꿀단지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흔히들 친구들이 같이 놀다가 집에 일찍 들어가려 하는 사람에게나, 약속 시간이 지나서 나오는 사람에게 집에 꿀단지를 숨겨놓았느냐. 이런 말을 많이 쓴다. 이 말은 꿀단지는 이만큼 귀한 것이라 도둑이나 맞으면 어쩌나 하는 맘에 꿀단지를 지키느라 집을 비우기를 꺼린다는 뜻이 되겠다.

이처럼 꿀은 귀한 것이라 옛날부터 꿀단지는 선물이나 뇌물로 많이 사용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꿀단지는 선물품목으로 단연 꿀단지가 돋보인다.

지금도 순수한 진 꿀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유명한 장인이 만든 도자기에 꿀을 담은 꿀단지가 제격이다. 역시 장인이 만든 뒤주 모양의 상자 안에 정성을 들여 담은 꿀단지는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이런 정성을 들여 담은 꿀단지를 값으로 따지기 전에 보내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지 안에 꿀은 진 꿀 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에 꿀은 부자지간에도 못 믿는다는 말이 있다. 이만큼 진짜 꿀을 찾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아버지께서는 꿀을 사 오면 종이에 찍어서 불에 태워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 젓가락으로 꿀을 찍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젓가락에 찍어 본 꿀이 바로 흘러내리지 않으면 진짜 꿀이라고 하셨다.

옛날에 필자의 아버지께서 해 보신 실험들은 요즘세상에서는 다 부질없는 일이다. 가령 설탕의 농도를 짙게 해, 벌에게 먹인다든지 다른 화학첨가제를 섞는다면 전문가가 아니면 식별 할 수 없다. 설탕을 먹여 생산한 꿀을 얼마든지 흘러내리지 않게 농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중에서 한 병에 몇 만 원에 판매 되는 꿀은 대체로 진짜 꿀이라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카시아 꽃이 피는 시기 이외에는 벌에게 설탕을 먹이로 주지 않고서는 벌을 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양봉 인들이 설탕물을 벌통에 넣어 주면 꿀벌은 설탕물을 뱃속에 삼켰다가 벌집에 토해 저장하면 이것이 바로 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꿀벌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방법으로 화학재료와 향이 나는 첨가물로 가짜 꿀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했다가 적발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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