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장사의 신
진주성-장사의 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15 16: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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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장사의 신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요즘은 자고 나면 얼마 전까지 있었던 산이 없어지고 수십 층의 고층 아파트가 죽순처럼 쏟아 있는 것을 변해있다.

발 디딜 조차 없을 만큼 장사가 잘된 지역이 어느 날 임대간판만 줄줄이 붙어있고 한때 빌딩 소유 잘 나가던 사장님은 커피 한 잔 살 여유가 없어지고 새벽마다 삽 들고 논에 물대고 과일 광주리 들고 농사짓던 농사꾼 아들은 동창회 날 고급 외제차를 몰고 무릎까지 오는 장화대신 고급스런 가죽신발에 유명브랜드 상표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국내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크고 작은 기업과 자영업 장사꾼의 생존 미래가 불투명해졌고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풍전등화의 상태다.

장사를 하다보면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내다보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고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의 고객응대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내부 결속도 빠트려서는 안 된다.

오늘까지 10년 이상 장사하는 사장은 세상 모진 풍파를 이겨낸 위대한 사람들이다.

일 힘들고 어렵다하여 하루 일하고 뛰쳐나가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고, 장사하느라 해외여행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나라의 외국인들을 새벽부터 마감까지 거느리며 마음고생과 좁은 주방에서의 심신 피로의 누적은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기에 스님들 고행을 통한 사리만큼이나 쌓여있는 것이 장사의 길이다.

점심시간 맛 집으로 유명한 식당엘 가거나 퇴근 후 10년 이상 운영하는 요리 잘한다는 곳엘 가면은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자리를 일어나기를 바란다. 행여 원하는 맛이 나질 않거나 서비스가 부족하더라도 원망일랑 대자보처럼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고 사장에게 살며시 이야기하는 지혜를 갖는다면 바로 보완이 될 것이고 격하게 서비스와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찾지 않으면 될 일이다.

10년 동안 한길을 걸어 온 사장이라면 설령 맛이 본인과 다르고 서비스가 욕쟁이할머니처럼 된다할지라도 자신의 맛의 취향이 다르고 살아온 문화와 성향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돈 많은 대기업이 운영할지라도 대중으로부터 맛과 서비스 불만으로 발길이 끊어지면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허름하고 외진 곳의 10년을 넘긴 곳의 맛과 서비스는 잠깐 부족할 수는 있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내공을 가지고 있다.

의사 판사 검사 변화사 회계사 등 ‘사’자 돌림의 직업군은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동경 대상이 되는 직업일 수 있지만 ‘장사의 신’은 하나님 부처님에겐 수많은 신자들이 따르는 것처럼 많은 손님들이 따르기에 위대하고 존경해야 하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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