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은근과 끈기
아침을 열며-은근과 끈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16 14:5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은근과 끈기

요즘 우리는 분노조절장애에 대해서 많이들 말한다. 묻지마 폭행, 묻지마 총질 등등. 이 말들은 또 스피드나 초스피드 같은 속도감에 대한 강박관념에 맞닿아 있는 것이 관찰된다. 피시방에 가서 잠시 눈은 감고 귀만 열어 들어보라. 딱딱, 탕탕, 피웅, 퍅퍅, 쾍쾍, 따위 마치 콩복는 듯한 소리와 쇠끼리 부딪는 불쾌한 소리만이 끝없이 들린다. 그리고 눈을 뜨고 보면 더 가관이다. 날고 쏘고 터지고 처박히는 그놈의 초스피드한 영상 때문에 현기증이 인다.

초스피드한 것에 중독된 아이는 그런 채로 어른이 된다. 자신의 주장은 초스피드로 해야 하고 남의 말은 초스피드로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러자니 상대의 말허리 가로채기 일쑤고 서로 이해 못하는 건 기본이고 동문서답은 양념이다. 말 잘 안 들어주면 삐지기 일쑤고 삐지기만 하면 까짓것 시간이 지나면 서로 화해하면 된다. 말꼬리 잡고 토닥거리고 짜증나고 주먹이 오가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여기다 크고 작은 이권이라도 개입되면 죽기 살기로 덤빈다.

속도감에 중독된 아이들이 나이가 들었다고 어느날 갑자기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느니’ 어쩌고 하면서 싹 바뀔까? 천만에 만만에 오방덕이다, 사람은 절대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사람만큼 성장기간이 긴 것도 없다. 태어난 지 20년이 자나야 성인이 된다. 그 20년을 하루같이 초스피드 강박에 쫓기다보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 조금 힘이 들어도, 많이 힘이 들어도 월급날까지라도 참고 견디며 일해서 자신의 용돈이나마 벌 수 있겠는가 말이다.

주변에서 알바를 몇 년 동안 꾸준히 하는 사람을 보면 고맙고 기특하다. 매일 보는 편의점 알바는 벌써 4년을 넘겼다. 그를 보면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키는 큰 청년인데 목소리는 아주 작아서 인사하는 소리를 들으려면 내 귀를 쫑긋해야 한다. 그리고 몇 년 동안 한결같다. 한결같은 표정, 한결같은 행동. 한결같은 말투. 그가 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기를 빈다. 유익한 청년으로 무럭무럭 성장해서 우리 사회의 본보기가 되어주었으면 싶다.

공자가 말했다. ‘좋은 사람을 보면 그를 본보기로 삼아 모방하려 노력하고, 나쁜 사람을 보면 내게도 그런 흠이 있나 차아보라’ 아이들과 젊은 사람 나무랄 것 하나 없다. 우리 기성세대가 보여준 게 없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기성세대가 본보기가 되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있다. 윗물들에게 바란다. 매순간 좋은 삶을 살아서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오래오래 행복하자. 우리 자식들이잖은가.

10대와 20대들에게 바란다. 은근과 끈기에 대해서 집중해보자. 조금만 그래보면 은근과 끈기는 결국은 내게 이익을 준다는 걸 몸으로 체험할 것이다. 옆에 친구가 자기주장을 좀 성급하게 말한다 싶으면 내 주장을 가다듬으며 조금 기다려주자. 단짝이네 절친이네 하며 딱딱 구분해서 끼리끼리만 친하지 말자. 또 단짝이나 절친이 나로 인해 불편하지는 않는지 손씻는 것만큼이나 자주 인식을 새롭게 하자. 은근과 끈기 없이는 어떤 소원도 이룰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