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말에 의지하지 말고 뜻에 의지하라
칼럼-말에 의지하지 말고 뜻에 의지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16 14:5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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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말에 의지하지 말고 뜻에 의지하라

사람은 살면서 남들과 많은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다변적이고 복잡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기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인 신용을 잃기도 한다.

말로서는 못할 것이 없어서, 소인을 거인으로도 만들고, 거인을 소인배로도 만들 수 있다.

약속남발을 하지 않는 것도 큰 지혜이며, 지혜는 위선의 껍질을 벗겨내는 칼이 된다.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말싸움으로 이어진다. 우리정치권에서는 날마다 거친 말싸움으로 여론전(輿論戰)이 펼쳐지고 있다. 그것을 보고 배운 국민들의 언어도 점점 거칠어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가짜를 진짜로 만들기 위해, 그럴싸한 말을 골라 사용하며 상대를 조롱하고 상처 주는 천박한 말들을 남발하고 있지만, 그 피해는 결국 본인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입만 열면 상대를 비난하고, 남을 고치기에 바쁘며, 내가 최고라는 착각을 다보니 모든 상황들이 언쟁으로 번져가면서 ‘가짜뉴스’가 대량생산되기도 한다.

구약성서에 ‘부드럽게 받는 말은 화를 가라앉히고 거친 말은 노여움을 일으킨다’, ‘짜증을 부리며 조급하게 굴지마라. 어리석은 사람이나 짜증을 부린다’하였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므로, 인격자다운 말을 사용하자. ‘정치의 기본은 타협의 기술이다’ ‘타협에서 욕심을 너무 내면 손해 본다’ 깜냥도 되지 않으면서 간덩이만 부어 욕심 부리다가 협상을 망치지 말고, 서로 양보 속에 협상하라. 대화로 풀리지 않는다고 강한 척 고함지르면서 튕겨 나와 버리면 협상은 끝나버린다. 그때는 ‘법대로 하고, 규정대로 하라’

‘말에 의지하지 말고 뜻에 의지하라’이 얼마나 깊은 뜻을 지니고 있는가. 평범한 스승은 말을 하고, 훌륭한 스승은 설명을 하고, 뛰어난 스승은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감화를 준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먼저 말과 약속이행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캐나다 제20대 총리를 지낸 장 크레티앙은 선천적인 장애인으로 왼쪽안면 근육마비로 한쪽 귀가 멀고 발음이 불분명하였지만 그는 캐나다 선거사상 최고의 승리를 쟁취한 주인공으로서 ‘말은 잘 못하는 대신 거짓말은 않는다’는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자신의 불리한 조건을 이겨냈다. 63년 29세로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68년부터 84년까지 16년간 부총리, 재무, 공업, 법무 등 주요직책을 두루 거치며, 30년 정치생활을 훌륭히 해낸 유능한 정치인이었다.

정치는 불학무식(不學無識)한 깡패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인격을 갖춘 분들이 하는 것이기에 정직성과 신뢰감이 있어야한다. 어떤 청치인은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한다면서, 고가의 영양제를 맞은 것은, 단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일종의 신용불량 같아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망할 놈 나면 흥할 놈 난다’는 속담을 확인해주면서, 전도몽상을 일으켰다.

‘하느님은 정직한 자의 머리에 거(居)하신다’는 일본 속담처럼 꿈꾸듯 뒤바뀐 헛된 생각, 전도몽상의 어리석음을 깨트리고,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려면 마음공부가 필수임을 알아야 한다. 지도자의 자리는 선망의 자리는 될 수 있어도 존경받기는 쉽지 않는 자리다.

큰 꿈을 이루고자한 지도자는 손톱, 발톱, 눈썹, 이빨이 다 빠지고 속이 문드러지더라도 일부가 아닌, 전부를 포용해나가야 하고, 마(馬)꾼이 명마(名馬)를 아끼고 돌보듯 꾸준하게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챙겨나가야 한다. ‘바라는바가 모두 성취되는 것이라면 양치기도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사람은 알고 짓는 죄와 실수도 있고, 모르고 짓은 죄와 실수도 있다.

그중에 모르고 지은 죄와 실수는 반복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행복의 계단은 미끄러지기 쉽다’ 나의 인생은 무엇이 문제인가 살펴보고, 정직성과 신뢰부터 갖추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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