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
아침을 열며-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17 16: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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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

가정에서 큰일이 생기면 아내나 자식이 아버지를 의지해 왔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엔 그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외출 자제로 인한 가족 간의 대화가 늘고, 함께 있으므로 부모 자식 간의 친밀함이나 부부 간의 금슬이 좋아지리라 생각했는데, 정반대의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자식이나 아내가 아버지, 남편에게서 잔소리나 간섭에서 주눅이 들고, 가정폭력에 시달리게 되어, 가장의 권위를 매우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선진 여러 나라에서 통계를 내어보니, 가정폭력이 20에서 36% 까지 증가 했고, 코로나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이혼도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한다. 은퇴자 이혼 증가처럼 남자가 늙고 힘없어져 집에만 들어앉아 이런저런 잔소리나 해대니, 수십년을 함께 살은 아내인들 좋을 리 없음은 당연지사.

코로나 사태도 마찬가지 현상이리라 이해가 간다. 남자는 뼈 빠지게 일해 가족을 부양했으나, 늙어버리니까 갈곳도 없고, 만만한 가족에게 잔소리질 하다가 팽당해 우울증에 빠지는 게 자화상이 되었다. 아무래도 비정상으로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데, 이런 말도 있다. 자식 놈들은 과거가 아닌 현재만 중요하기에, 돈 많은 할아버지와 무엇이든 알아서 해주는 엄마와 무관심의 아빠가 필요하다고….

즉 아버지는 돈만 주고 간섭은 말라는 것이란다. 우리 기성세대는 태산같은 아버지가 무뚝뚝해도 좋았다. 아버지만 있으면,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고 어쩌다 툭 던지는 한마디에 용기백배 했었다. 한 마디로 아버지의 어깨는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었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오늘의 아버지들이 참으로 서글프다. 부모가 늙고, 병들고, 가난해도, 말씀에 순종하고, 극진히 모셔야 하늘의 복을 받는다고 했음에도 헛소리가 되었고, 측은지성이나 백년해로도 옛말이 된 것만 같다.

나라를 지키고,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6·25 전쟁세대나 그 이후 베이비붐 세대에겐 전쟁의 공포와 가난의 두려움에 대한 DNA가 각인되어 있어, 오래된 전통이나 관습 문화와 상관없이, 권위주의적인 가장이 되었는지도 모르는데, 이해하려 않는 신세대들은 심하면 패륜을 저지르고, 가정을 해체시키기도 한다. 세상이 변했고 구세대도 각성을 해야만 인생 석양길을 그런대로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먼저 필자처럼 골골대지 않는 건강이 있어야 하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력이 필수임을 알아야 한다. 자식에게 다주고 핍박받는 뉴스들이 얼마나 많던가? 대기업 자식들의 물고 뜯는 소송도 하나둘이던가? 불의, 불공정, 훅업(쾌락만 추구하는 성관계) 문화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이 시대, 불효, 그리고 패륜이 검은 물처럼 번져감도 막을 수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어깨를 필요로 하는 착한 자녀들이 많으리라 믿고 싶어진다. 길 잃은 젊은이들과 어른 부재의 세상이 다시 회복되어 아름답고 사랑이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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