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 산청 대원사 계곡길서 털어보자
답답한 마음, 산청 대원사 계곡길서 털어보자
  • 양성범기자
  • 승인 2020.06.18 18:21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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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자연 즐기는 힐링 명소…왕복 3시간
龍 전설 깃든 절경 용소…운 좋으면 원앙도
대원사 계곡길 소막골야영장으로 가는 교량
대원사 계곡길 소막골야영장으로 가는 교량

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기에 자연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솔루션이 또 있을까. 어느새 성큼 다가와 버린 무더위, 몇 달째 전 세계인들을 괴롭히는 감염병,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치유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로 떠나보자.


◆비구니 도량 대원사
지리산 천왕봉 동북쪽 유평 계곡에 위치한 대원사(大源寺)는 수덕사의 견성암과 석남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비구니 참선수행 도량으로 548년 신라 진흥왕 9년에 연기(緣起)조사가 창건해 평원사(平原寺)라 했다.

그 뒤 천년 동안 폐사됐던 것을 1685(숙종11)년에 운권(雲捲)선사가 문도들을 데려와 평원사의 옛 절터에 사찰을 건립, 대원암(大原菴)이라 개칭하고 선불간경도량을 개설해 영남 제일의 강당이 됐다. 1890(고종 27)년에 혜흔(慧昕)선사의 암자가 무너져 크게 중건했다. 서쪽에는 조사영당(祖師影堂)을 보수, 동쪽에는 방장실과 강당을 건립해 대원사라 개칭하고 큰스님을 초청해 불교를 공부하니 전국의 수행승들이 소문을 듣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 후 1948년 여순반란 사건과 한국전쟁 등으로 폐허가 되어 방치되다가 1955년 9월에 비구니 법일(法一) 화상이 주지로 임명되어 1986년까지 대웅전, 사리전, 천광전, 원통보전, 봉상루, 범종각, 명부전을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찰 안에는 조선 전기의 대원사다층석탑(보물 제1112호)이 남아 있으며 절 부근에는 옛적 선비들이 수학했다는 거연정(居然亭), 군자정(君子亭)이 있다.

 

산청 대원사 계곡길 최고의 절경 용소
산청 대원사 계곡길 최고의 절경 용소

◆산청 제2경 대원사계곡
대원사 계곡은 깊고 울창한 수림과 반석이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계곡인데 원래는 마을 이름을 따와서 유평 계곡이라 불렀으나 대원사 비구니 사찰의 깨끗한 이미지가 더해져 지금은 대원사 계곡으로 불리고 있다.

대원사 계곡물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과 하봉을 거쳐 쑥밭재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곳곳에서 발원해 12km를 이르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린다. 신밭골과 조개골 밤밭골로 모여든 계류는 새재와 외곡마을을 지나면서 수량이 많아지고, 삼장면 유평리에서부터 큰 물을 이룬다.

밤밭골에서 치밭목 산장과 하봉, 중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오르는 유평리 코스는 약 5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계곡에는 선녀탕, 옥녀탕 등의 용소등과 소(沼)와 세신대, 세심대가 있으며 사시사철 밤낮으로 물에 씼긴 바위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희고 깨끗하다. 여름이면 12km나 이어지는 대원사 계곡은 여름철이면 수많은 인파가 찾아든다. 아름다운 자연 계곡은 휴가를 보내기에 더 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대원사 계곡길은 지난 2018년 가을 개통됐다. 삼장면 평촌리 유평주차장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 ‘가랑잎 초등학교’까지 이어진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최고의 비경 중 하나인 대원사계곡을 비롯해 자연과 생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조성한 생태탐방로다.

산청 대원사 계곡길 초입
산청 대원사 계곡길 초입

길은 삼장면 유평주차장에서 가랑잎초등학교까지 약 3.5㎞, 왕복 7㎞ 구간이다.

길목 곳곳에서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원사, 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왕이 소와 말의 먹이를 먹였다는 소막골, 산골 학생들이 가랑잎으로 미술활동을 했다는 가랑잎 초등학교(1994년 폐교 된 옛 유평초)를 만날 수 있다.

그 뿐이랴. 이곳 계곡에는 1급수 수서곤충인 강도래와 날도래, 가재 등이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 길을 걷는 내내 귓가를 간질이는 새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가슴을 울리는 교향악이다.

4월 하순부터 7월까지는 운이 좋으면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된 원앙을 만날 수도 있다. 다만 원앙은 천연기념물이며 번식기를 맞아 대원사 계곡을 찾는 만큼 원앙을 발견하더라도 조용히 지나가 주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대원사 앞에 자리한 방장산교는 길이 58m로 이는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교량을 지나면 대원사 계곡길 최고의 절경, 용소를 만날 수 있다. 용소는 용이 100년간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용소는 수량이 많은 여름이면 푸르스름한 빛깔을 띠는데 마치 용이 꿈틀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탐방로 중간중간에 계곡이 품은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해설판과 이곳의 생태·환경에 대한 안내문이 곁들여져 있어 교육적으로도 좋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비행기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채취해간 자국이 남은 나무가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이처럼 힐링의 명소로 자리 잡은 대원사 계곡길은 지난해 여름과 가을, 매주 주말이면 하루 평균 3~4000명의 탐방객이 찾는 장소가 됐다.

비단 여름, 가을뿐일까. 대원사 계곡길은 겨울에는 그 아름다움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봄 역시 만물이 소생하는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그러니 이곳은 사철 언제든지 걸어봐야 할 곳이다.

길이 끝나는 유평마을에 자리한 가랑잎 초등학교를 멀리서 구경하고 돌아 내려오는 길. 이곳의 여유로움에 매료된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온다. 그들의 얼굴에, 햇살을 받은 계곡 물 빛처럼 찬란한 미소가 걸렸다. 양성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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