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요즘 더 필요한 공유 공간 예절
아침을 열며-요즘 더 필요한 공유 공간 예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1 15:23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요즘 더 필요한 공유 공간 예절

인구 밀집도가 높은 아파트 삶이 보편화 되면서 난 오늘도 도덕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싶다. 교과서에서 배운 도덕성이 배움으로만 그치면 우리는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내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것까지 걱정하면서 살면 인생은 복잡해진다고 하지만, 최소한 피해를 주면서 사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웃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서로 배려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변을 의식하면서 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아파트에서 내가 겪은 몇 가지의 사례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일들이다.

첫 번째 사례는 통제 불능의 꼬마 아이. 아침 출근이 바쁜데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선다. 엘리베이터에 탄 한 꼬마 아이의 재미난 놀이 때문이다. 30층 정도를 이동하는 3분 정도의 짧은 순간인데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손잡이를 잡고 뛰기를 하거나 손잡이 위로 올라탔다 내렸다를 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흔들릴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옆에는 서 있는 사람이 엄마임이 분명한데도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고, 같이 탄 다른 분들도 그냥 내버려 둔다. 말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꼬마의 행동은 1층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층간 소음 때문에 늦은 밤까지 뛰어 다니는 소리에 견디다 못해 나도 윗집에 올라가 부탁을 한 적도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밤 시간만은 아이의 뛰어다님을 조심시켜 주십사 부탁했다. 아파트에서 아이의 존재는 이웃과의 불화를 만들기도 한다. 통제가 힘든 꼬마 아이는 장소에 따라 행동을 조절하는 법을 일찍부터 배워야 한다.

두 번째 사례는 애완견이다. 하루는 직장을 마치고 녹초가 된 몸을 겨우 버티며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큰 개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온다. 끈에 매어져 있기는 했지만 덮칠 기세처럼 느껴진다. 순간 당황한 나를 보고 주인은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어떻게 저렇게 큰 개를 집안에서 키우지?’라고 생각하면서 탄 엘리베이터 안은 개 냄새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실례를 한 것이다. 주인은 닦지도 않고 그냥 자기 개만 데리고 나가 버렸다. 이 시간 이후 내일 아침 청소부 아주머니가 오실 때까지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든 사람들은 나처럼 코를 막고 개 주인을 비난하기만 할 것이다. 개를 좋아하니 동생처럼 자식처럼 집안에서 키우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바깥에 데리고 나올 때는 신경을 써 주는 예의가 필요한 듯하다. 큰일은 주인이 처리를 한다지만 개 오줌 냄새가 아파트 산책로에 오래 남아있다. 비가 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산책을 나가기가 싫을 때도 있다. 자기가 좋아한다고 모든 사람이 다 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세 번째 사례는 담배 냄새이다. 자기 집안에서 피는 담배인데도 뭐가 어때라고 생각하니 피겠지만, 가족들도 싫어하니 베란다에서 피거나 화장실에서 피는 모양이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안내 목소리. 담배 연기나 담배 냄새가 위쪽 집까지 피해를 주니 실내에서의 금연을 알린다. 담뱃불을 밖으로 던지지 말아달라는 안내 문구도 보인다. 윗층에서 던진 담뱃불이 아파트 출입구 지붕 위를 태운 모양이다. 1층 화단에는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둔 집들이 간혹 보이긴 하지만 베란다 문을 열어 담배를 피우고는 밖으로 던진 것이다. 창문을 열어 두는 계절에 아랫집에서 담배를 피우면 연기는 고스란히 집으로 들어오면 더운 여름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애연가라면 흡연 공간에서만 피우려고 해야 하고 담배꽁초를 그냥 밖이나 거리에 버리는 행동은 고쳐야 될 습관이다.

이처럼 아파트라는 공간이 주택에 비해 편리한 부분이 많지만 불편함을 주는 부분 또한 있다. 윗집과 아랫집,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나의 공간.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하고 살면 되지 왜 아랫집까지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라고 한다면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고성이 오가게 될 것이다. 공유 공간은 말 그대로 공유하는 공간이다. 공유 공간에 대한 예의, 이웃에 대한 예의는 학창 시절 어떻게 해야 한다고 배웠을 것이다. 아이가 어린 부모, 애완견을 키우는 주인, 애연가는 아파트라는 공유 공간에 대한 예의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