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차별금지법과 사무량심(四無量心)
진주성-차별금지법과 사무량심(四無量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1 15: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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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우리사회는 국제교류 증가와 개방적 이민정책 시행으로 이주민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5000년 역사의 단일민족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사회는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이주민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의 이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우리 사회 정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르면 틀리다’라는 잘못되고 경직된 생각과 차이를 차별로 대하는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고 피부색과 인종 등이 다른 많은 이주민의 고통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급격히 늘어나는 이주민은 우리사회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며, 이주민 문제는 사회통합 차원에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다문화가족으로 불리는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가운데 종교계를 중심으로 새로 문을 연 21대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인종과 출신, 남녀, 언어, 종교, 장애, 성지향성,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장치이다. 불교 조계종을 비롯한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는 최근 이주민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은 불교의 ‘사무량심(四無量心)’ 정신과 맞닿아 있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이 실천행을 해야 할 가장 가치있는 삶의 기준으로 ‘사무량심(四無量心)’을 설법하셨다. 사무량심이란 남을 대할 때의 올바른 네 가지 마음가짐으로 ①자무량심(慈, 남을 평등하게 사랑하여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대하는 마음) ②비무량심(悲, 남의 고통을 함께 슬퍼하며 그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 ③희무량심(喜, 남의 기쁨을 진정한 자신의 기쁨으로 생각하는 마음) ④사무량심(捨, 남을 대할 때 아무런 치우침 없이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무량심의 마음으로 차별 없는 자비를 베풀 수 있으면 사바세계는 불국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 이웃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진정한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지는 길이며,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방법일 것이다. 사량무심의 마음으로 자비를 실천해 간다면 이곳 사바세계가 바로 불국정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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