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보감-단오(端午)에 임금이 내리는 선물, 제호탕
도민보감-단오(端午)에 임금이 내리는 선물, 제호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1 15: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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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단오(端午)에 임금이 내리는 선물, 제호탕

단오를 앞두고 벌써부터 초여름 더위가 몰려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섰고, 삼삼오오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아이스커피가 들려져 있다. 이러한데 학교 앞 아이들의 입에 물려져 있는 것들은 말해 무엇 할까?

더운 날씨로 인해 차가운 음료와 빙과류를 자주 찾다보니 ‘나와 우리 아이가 당류와 카페인, 찬 음식에 너무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하루에 100g의 설탕을 섭취하는 어린이의 면역세포는 5시간 이상 활동을 중단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당류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어지럽혀 비염, 천식,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 질환과 잦은 감기, 배탈 등의 감염성 질환에 노출될 위험성을 높인다. 이럴 때에 추천하는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여름철 대표 건강음료인 제호탕(醍醐湯)이다.

제호탕(醍醐湯)은 <식객> 이라는 유명만화에서 소개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도 하였는데, 오매육(烏梅肉), 초과(草果), 백단향(白檀香), 사인(砂仁)을 곱게 갈아 꿀과 함께 고(膏)의 상태가 될 때까지 오랫동안 중탕으로 조린 것이다. 항아리에 담아 두고 찬물이나 여름에 귀하게 구한 얼음물에 타서 마시면 가슴속이 시원하고 그 향기가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제호탕이 더운 여름에 얼마나 찰떡궁합으로 좋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우리에게 ‘오성과 한음’으로 널리 알려진 한음 이덕형(李德馨)이 임진왜란 때 영의정으로서 창덕궁 중수(重修)의 도제조(都提調)를 겸해 주야로 분주할 때였다. 대궐 가까이에 조그만 집을 마련하고 소실을 하나 두어 쉬기도 하고 끼니도 챙겼는데, 어느 여름날 더위에 허덕이며 집에 들어선 이덕형에게 그 여인이 제호탕을 내 왔다고 한다. 목이 무척 타서 제호탕을 생각하며 손을 내밀었더니 제호탕을 선뜻 내어 주는 게 어찌나 영리하고 귀여운지! ‘지금 이 시국에 명색이 대신으로 한 계집에 연연하여 큰일을 그르칠까 두렵구나!’하며 그 날로 그 집 발걸음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영의정 한음이 마음이 혹할까 두려워질 정도였다고 하니 제호탕이 여름철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음료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제호탕은 서열(暑熱, 심한 더위)을 피하게 하고 번갈(煩渴)을 그치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함과 동시에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호탕의 주재료인 오매는 매실 껍질을 벗기고 짚불 연기에 그을려 말린 것으로 폐(肺)의 기운을 수렴시켜 기침과 해수(咳嗽)를 멎게 하고 땀으로 소실된 진액을 보충해주며 소갈, 배탈, 설사에 효과가 있다. 생강과 초과의 열매인 초과는 특이한 향이 있고 맛은 맵고 성질은 따듯하여 비위를 따듯하게 하고 습을 제거하며 복통, 복부창만, 메스꺼움, 구토, 설사에 쓰인다. 백단향은 따뜻하며 맛은 맵고 열로 부은 것을 삭이고 복통을 낫게 하고 기를 고르고 맑게 한다. 사인은 성질이 따뜻하며 기가 잘 안통하거나 식욕이 없으면서 헛배 부르는 증상과 복통, 위장기능장애, 구토에 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들과 여름에도 땀 흘리며 일하는 직장인, 찬 음식과 에어컨 냉기에 비위가 상해 여름이면 배탈을 달고 지내는 분들이라면 올 여름부터는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커피 대신 제호탕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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