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절처봉생(絶處逢生)
아침을 열며-절처봉생(絶處逢生)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2 15: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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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역리연구가
이준/역리연구가-절처봉생(絶處逢生)

절처봉생(絶處逢生)이라는 말이 있다. 절(絶)이란 모든 것이 끊어진 지경을 말한다. 뜻으로 풀이하자면 모든 것이 끊어진 사면초가(四面楚歌), 고립무원(孤立無援) 지경을 말한다. 봉생(逢生)이란 뜻밖의 귀인을 만나, 아니면 관점과 발상의 전환을 거쳐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새롭게 국면을 전환하여 새로운 세월을 이끌어 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절처(絶處)를 포지(胞地)라고도 한다. 포지는 시작하는 장소다. 그래서 절처는 사주팔자의 12운성 중 마지막 극단의 장소이자, 맨 처음 시작하는 이중적 상황을 말한다. 어떤 상황이든 극단적으로 끝이라 여기면 절(絶)이 되는 것이고, 그 끝을 정리하여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면 포(胞)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포절(胞=絶)이란 결국 무궁무진 끝이 없는 우주의 순환원리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피닉스(불사조)와 같은 말이다. 끝이라고 하지만 끝은 아니고, 다만 새로운 시작일 따름이다. 하나의 세월이 가고 또 다른 세월이 온다. 하나의 단락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단락을 시작한다. 하나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사업을 시작한다. 하나의 인연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인연을 시작한다. 하나의 인생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인생이란, 세월이란, 우주의 생성소멸이란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이렇게 새로운 시작의 반복이 있을 뿐 마지막은 없다.

하지만 마음 여린 사람들은 절에서 모든 것을 포기한다. 지난 세월부터 지금까지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냥 모든 인생을 절에서 극단적으로 마무리한다. 반면 마음이 살아 있는 사람들은 절에서 마무리하고 포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과거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

필자에게 마음의 아픔을 말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MBC 드라마 ‘다모’에서 이서진이 하지원에게 한 말이다. 이 공감의 말에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심금(心琴)이 울려 한때 이 대사가 극렬하게 유행하였던 적이 있다. 자기의 아픔을 공감해주지 못하는 우리 세태의 반증이리라. 남의 아픔에 공감해 주지 못하는 자기반성이리라. 사람들은 저마다 모두 이런저런 까닭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인생은 고(苦)라고 하였던가.

그러나 끝은 없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한숨 고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에겐 필자는 제왕(帝旺)이라는 강렬한 꿈길을 말해준다. 물론 세월이야 걸리겠지만 포지에서 나가는 길은 제왕(帝旺)으로 나가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절)→태→양→장생→목욕→관대→건록→제왕→쇠→병→사→묘로 나아가 다시 절(포)로 순환된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 19로 절처(絶處)가 되었다고들 난리다. 열린 생활, 교류가 활발한 사회활동, 연결된 산업, 국가 간의 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작디작은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이 모든 것들을 온통 끊어 놓았다. 참으로 엄청난 사건이다.

하지만 언제는 항상 이처럼 활발하게 연결되었든가? 비록 국경이 맞닿아 있다고 하더라도 제한된 일부분의 사람들만 국가 간의 연결망 기능을 하였을 뿐이다. 국가 간의 교역과 통행이 이처럼 활발해진 것은 과학적 기술에 힘입은 공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다. 동시에 인간의 활동은 지난 세기 자연으로 형성되었던 땅 위의 여러 질서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지구 온난화 등 이상기후와 미세먼지로 인한 숨쉬기 압박이다. 그래서 인류는 핵폭탄이나 전쟁으로 파멸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기후와 여기서 생겨난 바이러스로 전멸할 것이라는 끔찍한 예언들도 있다. 코로나 19는 이 시점에서 출현하였고, 앞으로 더 심한 변종도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미래가 암담하다.

하지만 사주에는 죽으라는 팔자는 없다. 팔자란 생년(生年)월일시이지 사년(死年)월일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 지금은 참아야 한다. 참고 견뎌 나가야 한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어 봉생, 저마다 새로운 세계와 인생을 다시금 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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