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체장애인협회 진주시지회 옥명식 지회장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진주시지회 옥명식 지회장
  • 황원식기자
  • 승인 2020.06.22 16:4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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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도 자부심과 긍지 가지고 세상 밖으로
▲ 옥명식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진주시지회장은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종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중증장애인 만나며 큰 감동…헌신 결심

장애인 일자리창출 위한 각종 사업 운영
도서관 건립·종합예술단 결성 등 추진

가족들과 시간 보낼 수 있는 쉼터 마련
중도 지체장애인 위한 심리 상담센터도
그룹홈·장애인 시설 등 봉사활동 앞장


“장애인들도 자신을 사랑해야 하며, 선물처럼 세상 밖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체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돕는 서부경남의 대표적 단체인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진주시지회 옥명식(56) 회장이 올해 1월 취임했다. 그는 장애인들도 정당하게 일을 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주 상평공단 내 지회 사무실에서 처음 본 그는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가 알려주기 전까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옥 회장은 왼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이라고 소개했다. 3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얻어 지금도 많이 걷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 취임 후 매일 현장에서 일을 하며, 도서관 건립 등 수많은 사업도 기획·추진해 가는 등 정력적인 모습으로 놀라움을 주었다. 또한 현재 진주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옥명식 회장은 어떻게 수만 명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게 됐을까. 옥 회장과 만나 서부경남의 장애인 복지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그가 이끌어갈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진주시지회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진주시 상대동에 소재한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진주시지회 전경. 슬로건은 ‘사람이 선물인 세상’이다.
진주시 상대동에 소재한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진주시지회 전경. 슬로건은 ‘사람이 선물인 세상’이다.

■장애인 인권문제와 마주하다

-언제부터 장애인 권리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비장애인들 속에서 자라고, 건설회사에 다니는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장애인의 성향을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당시 장애인들은 집안에만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고, 가족들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2004년 우연히 왜소증 장애가 있는 친구가 진주에서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저를 부산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데려가 그곳에서 센터장님을 만났는데, 그분은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중증장애인임에도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많은 사업을 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이후 저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살아야 겠다고 결심을 하고 결국 2007년 신안동에 사무실을 얻어 진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차렸습니다. 이후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2011년 휴업상태로 반납을 했지만 이를 계기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수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던데요
▲2007년도부터 진주 청실회라는 사회봉사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남신체장애인복지회 진주지부에 6년 부회장을 거쳐 지부장까지 역임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적발달시설의 장애인들에게 매달 짜장면을 만들어 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또 아동청소년 가정형 그룹홈 ‘모모’ 운영위원, 새마을 금고 이사, 경남도 편의시설설치시민촉진단 위원, 진주시 무장애도시 추진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남장애인편의증진지원센터 전경.
경남장애인편의증진지원센터 전경.

■장애인들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다

-진주시지회를 소개해 주신다면
▲우리 단체의 목적은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사회동참을 하고 자립하는 것입니다. 장애인들도 스스로 사회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저희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산하기관이고 이 단체는 장애인단체 중 회원 수가 가장 많은 단체입니다.

-진주시지회의 사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희는 진주시장애인 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주시에서 건물을 신축·증축을 할 때 장애인편의증진법 등에 준해서 적합성을 검토하는 역할입니다. 실제 공사하시는 분들과 한 팀이 되어서 건물의 경사로 등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어플을 만들어서 장애인 누구나 가입을 해서 편리하게 맛집을 이용하고 숙식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촌에 있는 일송보호작업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장애인 직업 훈련 등을 위해 장애인 20명을 포함해 30여명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농기구 부품, 쇼핑백 등을 생산하고 청소용역 등을 하고 있습니다.


진주시 공영유료주차장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진주시에 공용유료주차장이 50곳 넘는데 저희 근로자 10명이 10곳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중증 장애인들이 40% 이상입니다.

이외에도 진주시지회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기관, 사회문화체육활동 참여 지원사업, 진주시 장애인 종합 민원센터, 장학금 지원 사업 등 많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옥명식 회장은 도서관 건립을 위한 책을 구입·수집하고 있다.
옥명식 회장은 도서관 건립을 위한 책을 구입·수집하고 있다.

-취임 이후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이 있습니까
▲새마을 문고 이사를 맡으면서 장애인들에게도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취임하면서 서부경남에서 장애인단체에서는 최초로 협회 내 공간에서 책 1만2000권이 들어가는 도서관을 건립 계획 중입니다. 현재는 4000권 정도 비치돼 있습니다. 이 사업을 하려면 전문 사서도 있어야 하고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한 실정입니다.

영상도서관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빔프로젝트를 설치하고 수화 통역을 통해서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장애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또 제가 진주보건대학교에 다니면서 선후배들과 지난 2018년 개천예술제 전국예술대회 등에서 수화공연으로 은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과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사람들로 이뤄진 종합예술단 팀을 만들어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 준비를 해서 내년에 예술단 발족을 하려고 합니다.

특히, 장애인들을 위한 심리상담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지금 지체장애인들이 거의 선천적 장애가 아니라, 교통사고나 산업현장 등에서 발생한 후천적 중도 장애인들입니다. 이들은 이 사고를 인정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자살률이 높습니다. 제 임기 안에 이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심리상담실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람이 선물인 세상을 꿈꾸다

-회장님은 어떤 이상을 가지고 이 단체를 이끌 생각이신가요
▲저는 영어 단어 중 ‘기브 앤 테이크(Give ane take)’를 좋아합니다. 과거에는 장애인들이 사회로부터 수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장애인들도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자립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제조업 공장 등을 설립해서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장애인들이 직업을 갖는 것이 삶의 질을 향상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저희 단체의 슬로건을 ‘사람이 선물인 세상’으로 정했습니다. ‘내가 나에게 제일 큰 선물이다’는 뜻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내가 선물처럼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장애인도 같이 이 사회에 참여해서 함께 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회통합입니다.

올해 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도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작업장 이외에,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옥명식 회장이 회원들과 직원들을 위한 급식소로 활용될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옥명식 회장이 회원들과 직원들을 위한 급식소로 활용될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장애인 문제는 어떤가요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은 아직도 많이 열악합니다. 장애인들은 아직도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원이나 장애인 화장실 먼저 들어가 봐도 경사로 등이 불편합니다.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나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독일이나 스웨덴을 가보면 장애인이 장애를 느끼지 못합니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가 돼 가고 있고, 출산률도 저조합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들도 노인이 돼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활동보조 등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도적으로 케어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지자체나 정부가 해결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와야 합니다.

또 지체장애인들의 발이 돼 주고 있는 장애인콜택시(휠체어택시)도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턱없이 부족해 대기 시간이 4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이것은 장애인들은 주말에 나오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합리적인 방향이 모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당당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편견 속에서 살다보니 자격지심이 앞서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픕니다. 당당하려면 많이 배워야 합니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곧 일자리 하고 연결이 됩니다. 직업을 가지고 당당하게 일을 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사실 저도 그동안 저의 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차별받는 입장에 있다 보니 자신을 지키려는 습성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철심경(志鐵心鏡)’이라는 말처럼 강철과 같이 강하게 뜻을 세우고 마음은 거울처럼 깨끗하게 해 흔들림 없이 진주의 1만8000여명의 장애인들에게 변화와 희망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제가 결혼을 늦게 해서 중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있습니다. 저희 집 가훈이 ‘거짓말을 하지말자’ 입니다. 가훈처럼 아이들이 바르고 정직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서 존경은 받지 못하더라도 괜찮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장례지도사 일을 하는 아내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가족을 사랑합니다. 황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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