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내 마음의 여의보주
아침을 열며-내 마음의 여의보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3 15: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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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내 마음의 여의보주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순발력이라는 말과 민첩성에 대해 명상해본다. 대개 이 두 말을 혼돈해 사용하는데 사실 별 차이가 없기도 하다. 순발력은 장대높이뛰기를 할 때 장대를 손에 잡고 빠르게 달리다가 장대에 몸을 싣고 몸을 멀리 날리거나 높이 날리고 착지하는 정말로 순간적인 몸의 동작에 대한 능력을 말한다. 순발력은 이렇듯 근육을 비롯한 우리 몸이 힘을 발휘하는 내부의 작용과 능력에 관한 말이다.

반면 민첩성은 우리가 앞으로 걷고 있는데 갑자기 자동차가 튀어나오면 생각보다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몸 외부작용을 말한다. 흔히 우리 몸 중에서 눈이 가장 민첩하다고 한다. 특히 눈꺼풀은 눈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쉴 새 없이 깜빡거리다 도전이 오면 즉각 닫아 눈을 보호한다. 오죽하면 '눈에는 전기가 흐른다'고까지 말한다. 민첩한 능력이 없다면 우리 몸은 맨날 넘어지고 부딪치고 성할 날이 없을 것이다.

순발력이나 민첩성과 함께 자주 회자되는 말이 또 있다. 적응력인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잘 적응해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인생에서도 적응력 또한 주요한 힘이다. 사회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 직장에 들어갔을 때 적응력이 없다면 곤란하다. 코로나 사태도 불편해도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손 씻기나 거리두기 생활 같은 새로운 생활방식에 적응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생은 고난과 즐거움이 멋대로 난무하는 한바탕 춤판이다. 그런데 좀 거시기 한 건 즐거움은 한 순간인 것 같고 고난은 마치 그것만 이어지는 것처럼 길게 느껴지는 일이다. 흐흐, 환장하는 거지. 게다가 그놈의 고난이란 건 꼭 나한테만 오는 것 같걸랑. 그러나 조금만, 정말로 잠깐만 생각해봐도 원수의 고난은 즐거움보다 긴 것도 아니고 나한테만 오는 것 또한 더욱 아니다. 다만 고난을 만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들의 부모님은 다른 경우 없이 모두 돌아가신다.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각자 다르고 달라야만 한다, 다 다른 사람이니까. 어떤 이는 물려준 것 없는 부모를 원망할 것이다. 어떤 이는 부모의 장점을 살리려고 애를 쓸 수도 있다. 더러는 부모의 부재를 너무 슬퍼하느라 잘 하던 일상생활을 무너뜨리는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부모의 유지를 받들어 자신의 남은 삶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장식한다.

순발력과 민첩성과 적응력은 모두 우리들의 여의보주다. 살다보면 좋은 일 나쁜 일이 마구 밀어닥친다. 그게 인생이다. 이 두 경우 모두 피하려고 한다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또한 마음에 드는 일만 골라가며 선택할 처지도 아니다. 좋은 일만 당하겠다고 잠시라도 고집을 피우면 나쁜 일이 마른하늘에 우박처럼 쏟아질 테지. 그러니 나쁜 일일수록 위 세 가지 여의보주를 적절히 사용해서 스스로의 인생을 다복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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