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궁리(窮理)와 걱정
도민칼럼-궁리(窮理)와 걱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3 15: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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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궁리(窮理)와 걱정

과학이 모든 것을 다 이루어 줄 거라고 생각하던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어떤 문제든 다 과학자가 해결하면 되겠구나,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어른이 되면 알약 하나만 먹고도 일을 하러 다닐 거라는 상상을 했다. 그때 나는 밥 먹는 게 고역이었다. 지금은 한 끼만 걸러도 눈이 뒤집힐 정도로 자다가도 배가 고프면 먹고 자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리도 없지만 해결한다고 해도 인간이라는 동물의 마음이나 행동까지는 어떤 매뉴얼로도 예측이 쉽지 않으니 세상은 늘 알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보는 세계일뿐 저 넓은 우주를 어찌 다 알겠는가! 지구의 생명체만 해도 개체수가 아니라 종으로만 800만이 넘는다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까지 합치면 상상불가, 우리는 고작 우리가 보고 경험한 것만 알고 있으니 고로 우리는 이 세상을 거의 알지 못한다고 해야 옳다.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도 여름이 되면 끝이 날 것이라고 했지만 그리 되기는 어렵겠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잘 대처하고 있지만 점점 확진자가 대구에서 서울로 경기로 번지더니 ‘대전이 심상치 않다’며 최광임 시인이 전해왔다. 부산에서는 러시아선박의 선원 16명이 집단으로 양성판정이란다. 미감염 경로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어디서 발생하여 누가 전파 했는지에 대하여 시시비비를 따져 물을 상황이 아니다. 모두 코로나19바이러스의 피해자이자 전파자가 될 수 있다. 가난하고 나이 들고 아픈 사람만 사망하게 하는 바이러스라고 음모설도 많이 떠도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David Quammen)은 2012년에 그의 저서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Spillover, Animal Infections And The Next Human Pandemic)'라는 책에서 이 같은 전염병의 대유행을 진작 경고했었다. 인구의 급속한 증가, 자연의 파괴, 집단 동물 사육이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현재도 위험한 바이러스들이 상존해 있단다. 그러기에 언제든 또 다른 바이러스가 우리를 습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상태에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 인간은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구는 이런 예측에 불안해하고 누구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불안해하는 것이 옳은가, 개의치 않는 것이 옳은가, 도통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있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답을 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시대에는 그 답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함께 사는 길은 클럽에 가고 싶지만 참아야 하고 마스크를 쓰는 게 불편하지만 써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동선을 밝히고 싶지 않아도 말해야 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삼가야 한다. 너무 벌벌 떨 필요도 없지만 그동안 살아오고 즐겼던 일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살아가기 위하여 인간의 기본 욕구인 좋은 공기와 물을 마시려고 자연으로 가서 숨을 쉬는 것까지는 우리 스스로 막지 말자.
코로나19사태가 당분간은 끝날 것 같지 않기에 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 강령이 필요한 때이다. 한꺼번에 휴가 가던 것도 나눠가도록 유도하고, 밀집된 작업 환경도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넓혔으면 한다. 그런 법규를 정치권에 있는 분들이 입법해주어야 하고 마음이 힘든 면은 종교인이 해줘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비해 정치권과 종교 이 두 집단이 제일 문제이니 조마조마하다.

현명한 유권자들이 총선으로 심판했음에도 아직도 여야정쟁에 사찰로 어디로 돌아다니며 여론을 만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희망을 가졌던 남북관계는 눈치 보느라 할 수 있는 일도 못하고 재난기본소득 소비 이후의 문제는 알 길이 없다. 그래도 열심히 애쓰는 많은 사람들, 의료진이라든가 자원봉사자들,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이들이 있다. 앞서 생각하는 이는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앞서 걱정하는 이는 자신을 해친다. 궁리할 것인가? 걱정만 할 것인가? 궁리하는 각계의 리더들과 더불어 우리도 우리의 삶을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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