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극단적 선택을 막는 희망의 한마디, 너 괜찮아?
세상사는 이야기-극단적 선택을 막는 희망의 한마디, 너 괜찮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3 15:49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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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아림지구대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아림지구대 경위-극단적 선택을 막는 희망의 한마디, 너 괜찮아?

“살 이유가 없다, 죽고 싶다”

지난 주말, 112신고센터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곧바로 안전 확보를 위해 통화를 하면서 현장으로 출동했다.

한적한 골목길에 50대 남성이 드러누워 울고 있었다.

모든 걸 포기한 표정과 힘없는 목소리로 “그냥 뛰어 내리고 싶다”고 했다.

이 남성은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고아로 자란 성장환경은 설상가상으로 ‘나 혼자’라는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직 살고 싶다’는 삶에 대한 미련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죽으면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한 올 뽑는 것에 지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죽음 아니냐”는 사마천의 ‘구우일모(九牛一毛)’ 고사성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극한의 고통과 절망을 극복한 ‘로고테라피(Logotherapy, 의미치료)’ 학파 창시자 빅터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 이야기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가장 가까운 지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신고자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 보였다.

경찰은 다양한 극단적 선택 현장에 출동한다.

필자는 아이에서부터 노인들까지 많은 죽음을 봤고 부검에도 참여했다.

억울한 죽음과 눈물이 흐르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극단적 선택의 공통점은 ‘하인리히법칙(Heinrich′ Law)’처럼 사전 징후가 있는 경우가 많다.

평소와 다르게 수면부족, 식욕감퇴, 과도한 음주, 무기력함 호소, 우울한 표정, 화를 내고 물건을 정리하거나 마지막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 전송 등 행동으로 나타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 1일 공개한 ‘2020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만3670명으로 2017년 보다 1207명(9.7%) 증가했다.

30대, 70대 이상 자살률은 OECE(경제협력개발기구) 36회원국 중 가장 높다.

코로나19 여파로 중장년층의 극단적 선택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종교, 독서, 운동, 여행, 취미생활 등 개인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은 우울증을 예방하는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다.

무기력한 행동을 보이거나 삶을 비관하는 사람이 있는가.

“너 괜찮아?”라는 작은 관심이 생명을 살린다.

위로하고 보듬는 희망의 손이 건강한 사회를 지키는 울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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