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작은 시비에는 져주며 살자
칼럼-작은 시비에는 져주며 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3 15:4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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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작은 시비에는 져주며 살자

사회부조리 개선을 위하여 집단적 투쟁과 저항을 하더라도 철저하게 비폭력의 ‘분노 없는 저항’을 하도록 하자. 비판의 정당성은 분노와 혐오조장이 아니라, 개선과 변화에 있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비판은 개인, 단체, 국가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지만, 비난은 감정의 골만 깊게 하고 상처만 덧나게 하여 공멸로 치닫게 된다. 리더 가 큰 인물이면 그의 재능이 살아나고, 작은 인물이면 그의 재능은 오히려 화가되어 원수만 맺고, 자신의 재능을 옳은 방향으로 발휘하지도 못하게 된다. 투쟁을 하면서도 지역감정과 종 북 몰이는 하지말자.

국회를 보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고 사태가 발발하면 관계자를 불러놓고 사전에 모두 ‘예견된 인재’였다며, 호통 치는 것을 종종 본다. 자기가 사전에 예견하고 있었던 문제였으면 미리조치를 취했어야지, 방관하고 있다가 일이 터진 뒤에 관계자에게 호통을 치면서 잘난 척한 것은 무책임한 행위이다. 그러면서 과거를 왜곡하고, 미래 예측 능력을 과장한 사람은 경계의 대상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합의’는 ‘불화’와 ‘분열’을 뜻한다.

불화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냉정하게 분석하여 화합의 방법을 찾아내야만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구약성서에 “화를 잘 내면 말썽을 일으키고 골을 잘 내면 실수가 많다”하였다. 우리는 밤낮 없이 사회곳곳에서 파생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최선을 다하여 빨리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국민각자가 제몫을 다하도록 노력해 나가야한다.

국민각자가 제몫을 다해내지 못하면 국가에 많은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빚쟁이가 되지 않으려면 모든 일을 국가적 차원의 장기계획을 추진해나가는 길에 적극 동참하여야한다.

특히 공직자들은 권력의 비위만 맞추며 옳소만 연발하지 말고, 소신껏 일해 나가야한다.

만약 소신을 저버리고 아부기질을 발휘한 사람은 양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파는 악덕업주나 다름이 없다. 복잡 다양한 사회에서는 투쟁과 저항의 과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말을 너무 많이 하고, 거친 말을 사용하면 시비만 일으킬 뿐이다. 속상하고 어렵더라도 부드러운 말을 사용하며 자질구레한 시비에는 져주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져준다고 해서 인생이 낙오되지도 않고, 이긴다하여 훈장 받을 일도 없다.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하면 신뢰를 쌓을 수 있고, 부드럽게 말하면 모두가 기뻐하지만 거칠게 말하면 모두가 한 숨 짓는다. 과거독재 시절, 고위공직자 중에는 주어진 막강한 재량권을 사회정의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힘 있는 자에게는 유리한 결정을, 힘없는 자에게는 불리한 결정을 해준 사례도 많았고, 글 쓰는 사람 중에서도, 권력자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잘못된 부분은 모른 척, 슬쩍 피해가고, 잘한 부분은 과장하여 쓰다가, 권력이 바뀌면 매정하고, 비정하게, 부풀리고 과장하여 화끈하게 폭로한 경우도 있었다.

말과 글로서도 남에게 상처 주거나 피해주는 일이 없도록 하자. 땅을 기어 다니는 뱀은 흙이나 수풀밖에 볼 수 없고, 우물 안 개구리는 하늘넓이를 우물넓이로만 보는 것이다.

사람도 자기만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높은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시야가 넓고 깊다.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보면 지금 보인 세상보다 더 넓고, 깊은 세상을 볼 수가 있다.

법정 스님은 “세 치의 혓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하였다.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이다 만족하는 기준이란 애당초 없는 것이다’투쟁과 저항을 하더라도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는 것을 명심하고, 선동적인 증오심 보다는 만인에게 자애심을 갖고 저항하고 투쟁하여야 성공할 수 있고, 목적한 바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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