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달린 나라사랑 발자취
자전거로 달린 나라사랑 발자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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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진주보훈지청
지난 6월 25일, 장마가 엄습하여 잔뜩 흐린 하늘에 비가 쏟아지던 토요일 아침에 6?25전쟁 발발 61주년을 맞아 ‘진주시 충혼탑’과 ‘진주호국무공수훈자전공비’를 잇는 자전거 순례가 있었다. 코스가 사실상 진주의 동과 서의 끝을 횡단하는 더할 나위 없는 길이었다. 진주시 자전거동호회와 같이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행사를 치른 나의 동기는 단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몰랐던 현충시설(顯忠施設), 즉 국가유공자의 존재를 알리는 게 그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순례의 실천 방법, 즉 자전거를 예찬하는 마음에서이다.
우선 이날 행사는 여러분 가까이에 항상 있지만 그 존재를 잘 모르는 현충시설을 알리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행사이다. 실제로 이날 진주에서 오래 사셨던 여러 동호회원들이 진양호 공원을 그렇게 많이 드나들었어도 바로 그 입구 왼편에 충혼탑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약간의 충격과 아쉬움을 느꼈다. 한편으로 더더욱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현충시설. 한자조합단어여서 뜻이 어렵다. 그래서 종종 나라사랑 발자취라고 풀어쓰곤 한다. 61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은 아직까지도 우리 주위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아픔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반세기의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 때의 역사를 차츰 잊어가고 그때의 아픔과 고통, 또 거기서 피어난 희생과 영광을 잊어가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이란 없다’라고 하였다. 그때의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우리는 우리의 가족, 이웃을 지금처럼 행복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오늘의 정의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있게 한 분들도 계심을 기억하고 있다. 바로 현충시설은 그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는 매개체이며,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훈을 드러내는 나라사랑의 발자취이자 나라사랑 배움터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자전거인가. 자전거는 말 그대로 스스로 가는 것이다. 내가 밟은 힘과 회전력이 땅과 맞닿아 마찰력으로써 나와 이 쇳덩어리를 앞으로 밀어낸다. 이 접촉으로 인한 떨림으로 땅을 느끼고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자전거 순례가 아름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도보를 통하여 느껴도 좋다. 하지만 발걸음으로는 길의 울퉁불퉁함과 매끈함, 오르막과 내리막의 대비, 내 몸을 훑는 바람의 가치를 극명하게 느낄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느린 속도로 인해 이동거리도 제한된다. 만약 차를 타고 순례를 가진다면 멀리는 갈 수 있으되, 큰 덩치와 정밀기계 장치로 인해 땅을 느껴볼 수도 없고, 밀폐된 공간에 갇혀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주위를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다. 내 힘으로 느끼는 자연과의 접촉과 적당한 속도로 인한 편리성의 중용(中庸). 이게 바로 내가 자전거를 예찬하는 이유이다.
그 날은 자전거를 타고 우리 고장의 땅을 내 힘껏 달리고 느끼며, 우리 고장 나라사랑 발자취의 존재를 일깨우고 호국영령을 기억하고 감사드리는 기회였다. 같이 달린 다른 이들도 61년이 지난 평화로운 주말 아침에 나라사랑 발자취를 따라 가면서 이러한 생각을 가졌다면 나는 충분히 뜻깊은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가까이에 ‘현충시설’이 많다. 바로 이웃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국가유공자와 유족도 사신다. 자전거를 타고서 내 힘으로 우리고장을 느끼며 우리 주위의 나라사랑 발자취를 찾아보고, 이웃의 국가유공자도 만나보자. 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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