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19이후 준비되어 있는가
시론-코로나19이후 준비되어 있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8 15:4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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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코로나19이후 준비되어 있는가

2019년 12월 처음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나타났을 때는 이름이 없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질병으로만 알려졌고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그리고 중국 당국에서는 사람 간에는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하여 중국의 한 지역사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 정도가 발생한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진료를 하던 의사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급기야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전 세계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놈의 정체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발표하고 ‘코로나19’라는 이름을 붙였다.

각 국가에서는 코로나19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많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교류를 차단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발도 없는 코로나19는 자신의 영역을 전 세계로 넓혔다. 초기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 된 것이다. 중국당국이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을 때 정확히 실상을 공개하고 초기 대응을 잘 했더라면 지역 내 감염 수준으로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사스의 아픈 경험이 있는 중국은 코로나19의 정체를 숨기기에 바빴다. 그러는 사이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코로나19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지난 6월23일 기준 전 세계 219개국에서 발생하여 누적 확진자는 890만 명, 사망자는 47만여 명에 달한다. 2013년 사스는 8273명이 발생하여 775명이 사망하였고, 2015년 메르스는 1367명이 발생하여 528명이 사망한 것에 비하면 이번에 나타난 코로나19의 전파력이나 생존력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그야말로 센 놈이 나타났고 코로나19를 퇴치할 새로운 무기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일찍이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미래 인류가 직면하게 될 위험을 기후변화, 소행성 충돌, 팬데믹을 들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는 기후변화, 핵전쟁, 팬데믹을 꼽았다. 두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팬데믹이 미래 인류사회에 큰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정작 무서운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이러스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를 잡을 무기는 아직은 없고 단지 우리 몸에 침입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진단무기(시약)만 있다. 침입을 저지할 대응무기 개발을 두고 세계에서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미국,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고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빨라도 연말쯤 되어야 코로나19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낼 수 있는 방어체제(백신)는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얼마만큼 면역 효과가 있을지도 불명하다. 완치자 중에서 재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바이러스가 방어체계를 뚫기 위해서 변종을 만들어서 저항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거친다. 강한 것일수록 빨리 성하지만 빨리 소멸하게 된다. 인플루엔자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감염이 되더라도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약도 없고 백신도 없이 우리와 그냥 함께 생존하고 있다.

코로나19도 그 세력이 우리와 함께 공존할 수 있을 정도의 세력으로 약화된다면 구지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더라도 인플루엔자 수준으로 우리 곁에 남을 수도 있다. 결국은 인간이 이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세상은 많이 변했다.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인해서 언텍트 문화가 새롭게 등장했고 비대면 접촉이 일상이 되었다. 다중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으며 결혼식이나 장례식에도 계좌번호를 올리는 것이 사려 깊지 못한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지금은 아주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 간의 거리는 두더라도 마음의 거리는 가까이 하자고 하지만 연세든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둔 자식들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대학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면수업을 하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여 캠퍼스에 봄은 왔지만 학생이 없는 교정은 고요하기만 하다. 사태의 변화에 따라 대면수업을 재개하려고 했지만 불완전한 상태이고 학생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여 1학기는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도 교수도 서로 불편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수업에 많이 익숙해지게 되었고 최근에 학생들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0%정도가 온라인 수업을 선호하였다.

아직 끝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인해 세상은 많이 변했다. 원격교육 확산, 전자상거래 증가, 글로벌 인적교류, 물적교류 축소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언컨텍트 문화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언컨텍트’가 ‘단절’로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시대는 초연결사회라 단절해서는 살 수가 없다. 접촉의 방식이 바뀔 뿐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과 연결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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