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그립다(3)
칼럼-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그립다(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29 15:2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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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그립다(3)

한 나라가 그 명예를 유지하면서 빛나는 역사를 기록해 가자면 권력의 상층부가 부패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가 가르치는 교훈이다. 특히 각종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에만 눈이 먼 후보들은 실천에 옮기지 못할 공약들을 남발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는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정치인들은 없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안한다면, 그 사람됨이 모자란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재판정에서 낭독되는 주심판사의 판결문과도 같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역사를 바로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소학에서는 사람에게 세 가지 불행이 있으니, 어린 나이로 높은 급료를 받는 자리에 오름이 첫 번째 불행이요, 부모와 형제의 권세를 빌어 좋은 관직에 오름이 두 번째 불행이오, 재주가 높아서 글재주만 믿고 덕을 쌓지 않음이 세 번째 불행이다. 라고 했다. 공자의 제자가 물었다.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떻습니까?”, “도량 좁은 사람들 어찌 헤아릴 것이 있겠느냐. 두소지인(斗筲之人)이다. 즉 도량이 좁아 한 말 두되 짜리 밖에 되지 않는다”

6·25동란 70주년을 맞아 ‘6·25동란 영웅’백선엽 장군의 일제 시절 간도특설대 복무 경력을 들어 사후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 보면 공자의 가르침이 한 번 되새겨진다. 어느 순간부터 현충일이 오전 10시에 사이렌 울리면 묵념 한 번 하고 놀러가는 날이 되어버렸다. 군대 가서 목숨까지 바쳤는데, 그분들 덕분에 어렵사리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는데…자기들 생명을 살려준 은인인데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선진국은 현충일에 온 국민이 진정으로 나라를 지켜준 영웅들에 대해 애도하고 있다. 미국은 참전용사가 정모 쓰고 나타나서 참석하는데 국회의원, 주지사들이 아주 공손하게 모시고, 영웅 대접을 한다.

영조 때 여인으로 알려진 왕자사부(王子師傅) 곽시징(1644~1713)의 딸로 진사(進士) 김철근(1678~1738)에게 시집을 간 청창(晴窓)이라는 호를 쓴 곽씨부인(郭氏夫人)은 남편이 죽고 난 후 묘비명에 ‘어째서 말세에는 원칙은 늘 적고 변칙은 늘 많은가?’라고 한탄했다. 채제공(1720~1799)이라는 사람은 충청도 암행어사. 호조판서로 동지사가 되어 청나라에 다녀왔고 평안도 관찰사와 예조판서를 지냈다. 규장각 제학(提學)으로 <국조보감(國朝寶鑑)>을 편찬하였고, 우의정을 거쳐 이듬해에 좌의정에 올랐다.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여러 번 파직과 복직을 거듭하였으나 정조의 특별한 신임으로 영의정 등 10여 년간 재상으로 왕을 보필했다. 현대에 영·정조 시대를 ‘조선의 태평성대’라 하는 데는 공 같은 명재상이 보필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선생은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겨 후세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훌륭한 임금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보필하는 재상(宰相)의 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혜가 적으면 꽃만 보고, 지혜가 크면 시선의 무게중심을 뿌리에 둔다.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다 특정한 조건의 세계에서 피워낸 꽃이다. 주도권은 뿌리에 있지 꽃에 있지 않다. 뿌리에 물을 줘서 꽃을 피우려 하는 것이 지혜이고, 뿌리를 키우려 꽃에 물을 주는 것이 전도몽상(顚倒夢想)이다. 세월호 선장은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하고 자신은 유유히 빠져나왔다. 세월호가 정권을 무너뜨릴 정도로 큰 사건이었던 이유는 대통령이 ‘해야만 했던 것’을 안 했기 때문이다. 아라비아 속담에 ‘너무 큰 신발을 신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인생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흔히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신발이 너무 크면 그 사람의 발밑이 불안정해지고, 그것을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차츰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옛말에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해갈 수 있어도, 스스로가 만든 재앙은 비켜갈 수 없다.’라고 했으며 마키아벨리는 강조했다. ‘질병은 초기에는 진단하기 어렵지만 치료하기는 쉽고,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진단은 쉬우나 치료가 어려워진다’

조선 왕조의 역사를 살펴보면 유관이나 윤방·채제공과 같은 분들의 향기로운 삶이 후세인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그들의 양식과 행동이 조선 왕조를 500년이나 지탱하게 한 저력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인간을 깨우치고 인도할 힘은 오직 하나, 바로 철학이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커지기 마련이다’라는 말이 있다. 권력에 취해있는 자들이여 새겨들을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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