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존심을 내세우지 말자
칼럼-자존심을 내세우지 말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6.30 15: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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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자존심을 내세우지 말자

우리는 날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름의 지식과 파워(power)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지식과 파워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만약 못마땅해 하며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자 노련한 교육자처럼 훈계조로 말을 하면 상대에게 저항감만 주게 된다. 상대를 압도하고자하여 온갖 지식을 쏟아내고 감언이설을 토해내면 상대방은 겉은 웃고 있을지 몰라도 속으로는 무시하며 말없이 등을 돌려버리게 된다.

누구 앞에서라도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말에 감탄사를 보내주며 배우려는 자세를 취해보라. 그건 속임수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서도 최후까지 최선의 노력으로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이다. 고정관념 때문에 과거의 덫에도 걸리지 말고, 미래의 걱정에도 사로잡히지 말자. 현재의 순간을 제대로 사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대화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면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고, 현재에 만족하며 미소 지을 줄 알아야한다. 어떤 땅속에도 모두 지하수는 존재하고 있지만, 이걸 파내서 사용하고 말고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처럼 우리내부에 잠자고 있는 위대한 가능성을 흔들어 깨우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자신에게 달려있다. 행복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바라거나 애착하지 말고, 탐욕과 증오하는 마음도 내려놓고,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남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그러면 참으로 행복한 삶이 전개된다. 맹물에서 최고의 맛을 감미해낼 수 있다.

작위(作爲)없는 일상으로 겨울의 나목(裸木)처럼 감춘 것 없이 공개적인 삶을 살아가보라.

새들이 허공을 자유롭게 날고, 물고기가 자유로이 헤엄치듯이, 자신을 낮추고 모든 시비를 남김이 없이 털어버리면 평화로운 삶이 저절로 찾아온다. 자존심을 내세우지마라.

자존심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고, 자존감은 서로의 관계에서 자신과 남을 모두 존귀하게 보는 것이다. 자존심만 내세우면 이기적이 되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매사에 비타협적이 되어, 불평불만을 일으키고 경쟁과 차별을 유발하여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그보다는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면 달고 값진 행복의 기적이 일어난다. 말과 생각과 행동에서 자신을 낮추어보라. 사람을 대할 때는 수행자처럼 손익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한다.

수행자를 향한 도덕적 잣대는 매우 엄격하다. 그래서 항상 물러남이 없는 불퇴전(不退轉)의 정진 속에 제자리걸음도 용납되지 않는, ‘정진행’이라는 무서운 의미의 수행 덕목이 있다.

첫째,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 모든 생명의 무게는 똑같고, 동식물들의 생명도 존귀하다.

둘째, ‘모든 것을 베풀고 양보하라’ 돈을 벌고 건강을 지키는 것도 남을 돕기 위한 것이다. 매순간 보시공덕을 짓도록 하라. 셋째, ‘상대방을 위하여 청정함을 지켜라’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언행을 단정히 하여, 오염되지 않도록 하라. 넷째, ‘진실만을 말하라’ 어디서라도 거짓말이나 욕설을 하지 말고, 아부성의 칭찬의 말을 하지 말라. 다섯째, ‘헛된 욕심을 품지 말라’노력 없는 대가는 일체 바라지마라. 그리고 아는 척 하지 말고 자신을 낮추어라.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수행덕목을 본받아 실천해가면서 현재의 모든 것에 만족하면 ‘화낼 일이 없을 것이다’ 화를 내서 효과를 보거나 일을 성사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모든 일들이 불리하게 돌아가게 된다. 자유롭고 행복하려면 주위의 상황에 끌려가지 말고, 소신대로 살아가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고 지혜를 길러서 바른 판단을 하며 살아가자.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일들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내가지은 인연법이다. 남들 사는 대로 따라 살면 세월이 갈수록 고통스런 삶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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