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다시 찾아온 비극, ‘햄버거병’
건강칼럼-다시 찾아온 비극, ‘햄버거병’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02 16:1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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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태/삼천포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장원태/삼천포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다시 찾아온 비극, ‘햄버거병’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82년, 미국의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40여명이 단체로 경련성 복통을 동반한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들은 오염된 쇠고기 분쇄육에 있던 장출혈성 대장균(EHEC)의 병원체 ‘O-157:H7’ 로 인해 장염에 걸린 것이었다. 이들 중에서 심한 경우에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이라는 합병증이 생겨 콩팥에 심각한 손상을 받기까지 하여 평생 투석 치료를 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 당시에는 병원체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황이었던 데다가, 햄버거를 먹고 감염되었다하여 ‘햄버거병’이라 명명되었고 지금까지 이 명칭은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햄버거병은 4년 전 평택의 4세 아이가 걸리면서 해당 패스트푸드 회사에 소송을 제기하며 주목을 받은 적 있다. 그리고 지금, 안산 상록구에서 100명이 넘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집단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이며 일부 아이들이 햄버거병 증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며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도 있는 상황이다. 비극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사실 햄버거 병이라는 명칭에서 햄버거는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우한 폐렴’과 같이 특정 지역을 명칭에 붙여 차별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어 지양해야한다는 ‘WHO’의 입장처럼 병명에 음식 이름을 붙이는 행위 또한 지양해야할지 모른다. 주로 치킨을 먹고 캄필로박터 장염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서 ‘치킨병’ 이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햄버거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장출혈성 대장균(EHEC)가 이 병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세균은 가축의 내장 등에서 주로 존재한다. 가공상의 문제로 고기나 오염된 퇴비로 기른 채소에 이 균이 묻어서 오염되고, 그 고기나 채소를 섭취하면 장염이 발생하게 된다. 병이 진행되면서 대장균이 분비하는 독소로 인해 신장이 손상을 받아 망가지게 된다. 이렇게 생기는 병이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고 이를 햄버거병이라 부른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의 사망률은 10% 미만이지만 높은 편이며, 50%는 투석치료가 필요하다. 그 중 5%는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로 신장 손상이 심하다. 또한 대장균이 분비하는 독소로 인해서 뇌가 손상을 받으면 경련을 일으키며 혼수상태에 빠지고, 췌장이 손상을 받으면 당뇨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굉장히 무서운 병이다. 그래도 건강한 성인은 노출이 되어도 1-2주 이내에 후유증 없이 호전된다. 하지만 5세 미만의 어린이나 노년층에서는 이 균에 매우 취약하여 햄버거병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아이나 어르신들에서 복통·설사를 동반한 혈변, 구토 증세가 보인다면 빠르게 병원에 내원해야한다.

장출혈성 대장균의 잠복기는 3~4일이다. 3~4일 이내에 고기, 야채 등을 먹은 적이 있다면 다음의 경우 지체하지 않고 병원에 빠르게 내원해야 한다.
▲피가 섞인 설사 ▲설사 후에 소변량 감소 ▲자꾸 멍이 들거나 피가 난다. ▲극심한 피로감 ▲아이가 설사 후에 1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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