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하연옥마을, 하연옥 학교 만들겠다
아프리카에 하연옥마을, 하연옥 학교 만들겠다
  • 글 김봉철 · 사진 이용규 기자
  • 승인 2012.08.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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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냉면 육수를 재창조한 ‘하연옥’ 정운서 대표

▲ 정운서 하연옥 대표는 “하연옥 육수맛은 장인어른의 비법을 현대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한 것”이라며 “지금은 손님들의 비중이 젊은 사람이 70% 이상이다”고 밝혔다.
정운서 하연옥 대표는 원래 미용사이다. 미용사로서도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진주에서 미용 일을 할 때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진주에서 제일 손님이 많았던 Mr.Lee라는 미용실의 미용사였고 그 자신이 Lee&Jung이라는 미용실을 직접 내어 운영하기도 했다. 미용사로서 일할 때는 돈을 가마니로 벌었다고 한다. 하도 바빠 돈 셀 시간이 없어 그날 번 돈을 가마니에 넣어서 은행에 갔다 줬다. 그 정도로 잘 나가던 미용사였다.  그런 정 대표가 지금은 진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냉면집 대표가 되어서 그 육수를 담당하고 있다.
정운서 대표와 하연옥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하다. 강원도 횡성출신의 정대표가 진주에 온 것은 1986년 남자 미용사를 구한다는 대구 미용재료상의 말을 듣고서이다. 서울 등지에서 미용 일을 하고 있던 정 대표는 출신이 강원도 산골이라 대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떠돌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평소에 알고 지내던 대구의 미용 재료상에서 진주에서 남자 미용사를 구하니 한번 가보라는 연락을 받고 태어나서 처음 진주라는 곳을 왔다. 당시 버스로 6시간 30분을 걸려서 왔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 미용사를 구한다는 미용실이 Mr.Lee라는 대안동에 있던 현재의 손위동서집이었다. 여기서 남자 미용사로서 착실히 일을 하고 있는 데 지금의 아내인 하연옥씨를 만나 진주냉면과 인연을 맺게 됐다. 진주에 와서 장가도 가고 평생의 일도 구하게 된 것. 하연옥씨는 형부 미용실에 아버지가 만든 냉면을 가져다 주기 위해 자주 들렀다. 이 냉면을 미용사였던 정운서 대표가 먹게 된 것. 정운서 대표는 처음 맛 본 진주냉면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처음 먹어본 복잡하고 미묘한 진주냉면(당시는 장인어른이 육수를 냈었다)의 맛에 그냥 뻑 가(?)버렸다. 원래 정 대표는 평소에 평양냉면을 즐겨먹을 정도로 냉면을 좋아했었다. 진주 같은 시골에 무슨 냉면이 있겠느냐는 생각에 하연옥씨가 가져온 시커먼 냉면 육수를 들이킨 순간 그 맛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결국 진주냉면집의 막내딸인 하연옥씨와 결혼도 하게 되고 냉면 육수 만드는 비법을 장인어른으로부터 전수 받아 자신이 재창조 하여 지금의 하연옥을 만들게 되었다. 
지금 하연옥 육수 맛은 진주냉면의 처음 육수맛하고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재료는 장인어른이 만들던 육수재료를 그대로 사용하지만 그 배합을 달리해 그때와는 맛이 달라졌다. 장인어른이 내던 맛은 조금 진하지만 느끼한 맛이 있고 정 대표가 만드는 육수 맛은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처음 이 육수로 냉면을 만들었을 때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장인어른 육수 맛에 익숙한 어른들이 음식맛이 변했다며 발길을 끊어 한때 엄청 걱정을 많이 했었다. 3년동안 손님의 30%가 줄었다. 겁이 났지만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3년이 지나자 다행히 젊은이들이 냉면집을 찾기 시작했고 오히려 손님은 늘었다. 소위 손님의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 이 후 하연옥은 탄탄대로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젊은이들의 비중이 훨씬 많다.
정 대표는 지금 크나큰 실험을 하고 있다. 하연옥을 진주의 전통 맛집을 만들기 위해 하연옥의 매장 크기를 줄였다. 하연옥 2~3층이 식당이었으나 3층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식당을 없앤 것. 정 대표는 여기에 갤러리를 만들어 문화인들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손님이 넘쳐 기다리는 줄이 길다란 데 식당크기를 줄인다는 것은 보통의 결심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돈 보다는 문화와 함께하는 식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 대표는 또 체인점을 내지 않기로 했다. 체인점을 내면 돈을 더 많이 벌겠지만 냉면의 맛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 대표는 돈을 포기하고 하연옥 냉면 맛을 지키기로 한 것. 정 대표는 자신이 죽고 나서도 하연옥 냉면 맛은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후세에서도 진주 하면 하연옥 냉면을 먼저 떠 올리는 그러한 문화유산으로 하연옥이 기억되도록 나름대로 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이다.

▲ 정 대표는 황인태 본지 회장과의 대담에서 “후세에서도 진주 하면 하연옥 냉면을 떠 올리는 문화유산으로 하연옥이 자리 잡도록 문화와 음식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이 고향

-진주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고향이 어디인가.
▲강원도 횡성이다. 횡성읍에서 자랐다.
-원래 직업이 요리사가 아니지 않나.
▲그렇다. 원래 직업은 미용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용사로서 서울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시골출신이라 대도시 생활이 잘 맞지 않더라. 그래서 속초, 강릉등지로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진주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대구의 미용재료상에서 진주에서 남자 미용사를 구한다고 연락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진주에 왔다. 버스로 왔는데 6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렇게 먼 곳은 처음 와 봤다.
-그럼 남자 미용사로서 진주에 온 것인가.
▲그렇다. 그렇게 해서 면접을 보고 일한 곳이 Mr.Lee라는 대안동에 있는 미용실이었다. 당시 진주에서 제일 잘나가는 미용실이었다. 그 집이 지금의 아내인 하연옥씨 언니 하귀옥씨 남편이 일하는 곳이었다.

서울 등지에서 미용사로 활동

-그 곳에서 아내인 하연옥 여사를 만나게 됐나.
▲그렇다. 당시 아내는 형부 미용실에 냉면을 가지고 자주 왔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럼 미용사 일은 언제까지 했나.
▲Mr.Lee에서 93년까지 일했고 93년도에 독립해서 Lee&Jung이라는 미용실을 열었다. 이 미용실을 2001년까지 했다. 미용실이 너무 잘 됐고 돈도 많이 벌었다.

진주에서 미용사로 이름 날려

-그런데 어떻게 냉면과 인연을 맺게 됐나.
▲당시 하연옥씨가 가져온 냉면을 처음 맛보고 반해 버렸다. 저는 진주에 이런 음식이 있는 줄 몰랐다. 평소에도 냉면을 좋아했다. 평양냉면을 즐겨 먹었는데 하연옥씨가 가져온 냉면은 시커먼 육수였다. 평양냉면은 육수가 맑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한 모금 마셨는데 그 오묘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진주냉면을 자주 먹게 되었다.
-그럼 냉면을 직접 만든 것은 언제부터인가.
▲집사람과 93년도에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하기 전인 90년도부터 아내의 집에서 결혼도 안하고 함께 살았다. 함께 살면서 장인어른이 냉면 만드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냉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 미용일은 언제 그만두었나.
▲95년도에 장인이 돌아가셨다. 이때부터 미용을 그만두고 냉면 만드는 일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냉면 맛의 차이는 무엇이냐.
▲냉면 맛의 차이는 육수에 있다.

장인어른 전통 육수비법을 재창조

-그럼 하연옥 냉면 맛의 비결은 육수에 있나.
▲그렇다. 하연옥 냉면 육수 맛은 담백하고 깔끔한 게 특징이다. 이 맛은 먹고 나면 두고두고 생각나게 만드는 맛이다.
-육수 맛은 장인어른으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냐.

▲그렇다. 그렇지만 장인어른에게 전수 받은 것을 재창조 한 것이다. 장인어른이 쓰던 재료가 25~6가지이다. 저도 똑같은 재료를 쓴다. 그러나 그 배합을 달리해 장인어른의 맛과는 다른 맛을 내고 있다.
-그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어른들로부터 소리를 많이 들었다. 냉면 맛이 변했다고 오던 손님이 발길을 끊는 예도 많았다. 실제 3년간 약 30%정도 손님이 줄었다. 그래서 겁이 덜컥 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확신이 있어서 밀어부쳤다. 3년이 지나고부터 젊은 사람 손님이 다시 늘더라. 지금은 젊은 사람이 훨씬 많다.
-육수는 주로 무엇을 가지고 만드나.
▲멸치, 새우, 황태, 바지락, 홍합, 소사태살, 소뼈등 25~6가지이다. 장인어른이 가르쳐 준거다.
-장인어른이 자식들에게 똑같이 가르쳐 줬나.
▲똑같이 가르쳐 줬다. 시중에서는 하연옥 저희한테만 가르쳐 줬다는 오해가 있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자식한테 똑 같이 가르쳐 줬다. 그러나 저는 저 나름대로 재창조를 한 거다.

육수 만드는 일 남자만 만들 수 있어

-육수는 남자만 만들 수 있나.
▲그렇다. 육수는 여자들이 만들기 어렵다. 육체적으로 엄청난 힘이 필요한 일이다. 육수를 끓이는 데도 3일은 걸린다. 그래서 여자들은 하기 어렵다.
-정 대표가 없을 때는 육수를 어떻게 만드나.
▲만드는 법을 금고에 적어 두고 다닌다. 제가 없을 때는 아내가 제가 적어둔 방식대로 한다.
-미용사를 그만두고 냉면을 하게 된 동기는.
▲옛날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어릴 때도 가마솥에 음식만드는 것, 가지나물등을 잘 만들었다. 그런데 진주 냉면은 복합적인 맛이다. 여러 재료가 어울려 내는 미묘한 맛이다. 이런 맛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하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평생 직업인 미용사일을 그만두고 진주냉면 만드는 일에 투신하게 된 이유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딸만 둘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대로 육수는 남자가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위들이 이 일을 물려받으려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하연옥은 크게 성공했는데 손님은 어떻게 되나.
▲외지인 손님이 70%를 넘는다. 하연옥은 진주 보다는 외지에서 더 유명하다.

하연옥 매장 축소 문화공간 활용

-하연옥을 더 확대할 생각은 없나.
▲없다. 오히려 줄였으면 한다. 사천점이 언니인 하귀옥여사가 하는 데 그것은 어쩔 수 없고 하대동에 직영점이 있는 데 이것을 폐쇄했으면 한다. 하연옥 본사도 3층 식당을 폐쇄 시켰다. 돈만 생각하자면 정신없는 행동이지만 하연옥 브랜드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 3층은 갤러리로 변모시켜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다.
-꿈이나 경영철학은 무엇이냐.
▲진주에 오면 진주냉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진주냉면이 기억에 남고 진주로 여행하는 맛이 나게 하는 것이 꿈이다. 경영철학이라면 진주냉면의 맛을 변함없이 지키는 게 경영철학이다. 비록 돈을 적게 벌어도 그 맛을 지켜나가 후세에도 이 맛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 경영을 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게 목적인데 그렇게 하지를 않나.
▲돈을 생각했다면 체인점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체인점을 내면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육수 만드는 회사를 만들자는 섭외도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하지 않는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
▲아프리카에 하연옥 마을을 만들고 하연옥 학교를 만들고 싶다. 아직은 그 정도는 안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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