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서 하연옥 대표는 원래 미용사이다. 미용사로서도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진주에서 미용 일을 할 때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진주에서 제일 손님이 많았던 Mr.Lee라는 미용실의 미용사였고 그 자신이 Lee&Jung이라는 미용실을 직접 내어 운영하기도 했다. 미용사로서 일할 때는 돈을 가마니로 벌었다고 한다. 하도 바빠 돈 셀 시간이 없어 그날 번 돈을 가마니에 넣어서 은행에 갔다 줬다. 그 정도로 잘 나가던 미용사였다. 그런 정 대표가 지금은 진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냉면집 대표가 되어서 그 육수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 하연옥 육수 맛은 진주냉면의 처음 육수맛하고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재료는 장인어른이 만들던 육수재료를 그대로 사용하지만 그 배합을 달리해 그때와는 맛이 달라졌다. 장인어른이 내던 맛은 조금 진하지만 느끼한 맛이 있고 정 대표가 만드는 육수 맛은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처음 이 육수로 냉면을 만들었을 때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장인어른 육수 맛에 익숙한 어른들이 음식맛이 변했다며 발길을 끊어 한때 엄청 걱정을 많이 했었다. 3년동안 손님의 30%가 줄었다. 겁이 났지만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3년이 지나자 다행히 젊은이들이 냉면집을 찾기 시작했고 오히려 손님은 늘었다. 소위 손님의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 이 후 하연옥은 탄탄대로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젊은이들의 비중이 훨씬 많다.
정 대표는 지금 크나큰 실험을 하고 있다. 하연옥을 진주의 전통 맛집을 만들기 위해 하연옥의 매장 크기를 줄였다. 하연옥 2~3층이 식당이었으나 3층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식당을 없앤 것. 정 대표는 여기에 갤러리를 만들어 문화인들이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손님이 넘쳐 기다리는 줄이 길다란 데 식당크기를 줄인다는 것은 보통의 결심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돈 보다는 문화와 함께하는 식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 대표는 또 체인점을 내지 않기로 했다. 체인점을 내면 돈을 더 많이 벌겠지만 냉면의 맛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 대표는 돈을 포기하고 하연옥 냉면 맛을 지키기로 한 것. 정 대표는 자신이 죽고 나서도 하연옥 냉면 맛은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후세에서도 진주 하면 하연옥 냉면을 먼저 떠 올리는 그러한 문화유산으로 하연옥이 기억되도록 나름대로 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이다.
강원도 횡성이 고향
-진주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고향이 어디인가.
▲강원도 횡성이다. 횡성읍에서 자랐다.
-원래 직업이 요리사가 아니지 않나.
▲그렇다. 원래 직업은 미용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용사로서 서울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시골출신이라 대도시 생활이 잘 맞지 않더라. 그래서 속초, 강릉등지로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진주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대구의 미용재료상에서 진주에서 남자 미용사를 구한다고 연락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진주에 왔다. 버스로 왔는데 6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렇게 먼 곳은 처음 와 봤다.
-그럼 남자 미용사로서 진주에 온 것인가.
▲그렇다. 그렇게 해서 면접을 보고 일한 곳이 Mr.Lee라는 대안동에 있는 미용실이었다. 당시 진주에서 제일 잘나가는 미용실이었다. 그 집이 지금의 아내인 하연옥씨 언니 하귀옥씨 남편이 일하는 곳이었다.
서울 등지에서 미용사로 활동
-그 곳에서 아내인 하연옥 여사를 만나게 됐나.
▲그렇다. 당시 아내는 형부 미용실에 냉면을 가지고 자주 왔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럼 미용사 일은 언제까지 했나.
▲Mr.Lee에서 93년까지 일했고 93년도에 독립해서 Lee&Jung이라는 미용실을 열었다. 이 미용실을 2001년까지 했다. 미용실이 너무 잘 됐고 돈도 많이 벌었다.
진주에서 미용사로 이름 날려
-그런데 어떻게 냉면과 인연을 맺게 됐나.
▲당시 하연옥씨가 가져온 냉면을 처음 맛보고 반해 버렸다. 저는 진주에 이런 음식이 있는 줄 몰랐다. 평소에도 냉면을 좋아했다. 평양냉면을 즐겨 먹었는데 하연옥씨가 가져온 냉면은 시커먼 육수였다. 평양냉면은 육수가 맑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한 모금 마셨는데 그 오묘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진주냉면을 자주 먹게 되었다.
-그럼 냉면을 직접 만든 것은 언제부터인가.
▲집사람과 93년도에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하기 전인 90년도부터 아내의 집에서 결혼도 안하고 함께 살았다. 함께 살면서 장인어른이 냉면 만드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냉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 미용일은 언제 그만두었나.
▲95년도에 장인이 돌아가셨다. 이때부터 미용을 그만두고 냉면 만드는 일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냉면 맛의 차이는 무엇이냐.
▲냉면 맛의 차이는 육수에 있다.
장인어른 전통 육수비법을 재창조
-그럼 하연옥 냉면 맛의 비결은 육수에 있나.
▲그렇다. 하연옥 냉면 육수 맛은 담백하고 깔끔한 게 특징이다. 이 맛은 먹고 나면 두고두고 생각나게 만드는 맛이다.
-육수 맛은 장인어른으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냐.
-그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어른들로부터 소리를 많이 들었다. 냉면 맛이 변했다고 오던 손님이 발길을 끊는 예도 많았다. 실제 3년간 약 30%정도 손님이 줄었다. 그래서 겁이 덜컥 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확신이 있어서 밀어부쳤다. 3년이 지나고부터 젊은 사람 손님이 다시 늘더라. 지금은 젊은 사람이 훨씬 많다.
-육수는 주로 무엇을 가지고 만드나.
▲멸치, 새우, 황태, 바지락, 홍합, 소사태살, 소뼈등 25~6가지이다. 장인어른이 가르쳐 준거다.
-장인어른이 자식들에게 똑같이 가르쳐 줬나.
▲똑같이 가르쳐 줬다. 시중에서는 하연옥 저희한테만 가르쳐 줬다는 오해가 있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자식한테 똑 같이 가르쳐 줬다. 그러나 저는 저 나름대로 재창조를 한 거다.
육수 만드는 일 남자만 만들 수 있어
-육수는 남자만 만들 수 있나.
▲그렇다. 육수는 여자들이 만들기 어렵다. 육체적으로 엄청난 힘이 필요한 일이다. 육수를 끓이는 데도 3일은 걸린다. 그래서 여자들은 하기 어렵다.
-정 대표가 없을 때는 육수를 어떻게 만드나.
▲만드는 법을 금고에 적어 두고 다닌다. 제가 없을 때는 아내가 제가 적어둔 방식대로 한다.
-미용사를 그만두고 냉면을 하게 된 동기는.
▲옛날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어릴 때도 가마솥에 음식만드는 것, 가지나물등을 잘 만들었다. 그런데 진주 냉면은 복합적인 맛이다. 여러 재료가 어울려 내는 미묘한 맛이다. 이런 맛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하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평생 직업인 미용사일을 그만두고 진주냉면 만드는 일에 투신하게 된 이유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딸만 둘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대로 육수는 남자가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위들이 이 일을 물려받으려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하연옥은 크게 성공했는데 손님은 어떻게 되나.
▲외지인 손님이 70%를 넘는다. 하연옥은 진주 보다는 외지에서 더 유명하다.
하연옥 매장 축소 문화공간 활용
-하연옥을 더 확대할 생각은 없나.
▲없다. 오히려 줄였으면 한다. 사천점이 언니인 하귀옥여사가 하는 데 그것은 어쩔 수 없고 하대동에 직영점이 있는 데 이것을 폐쇄했으면 한다. 하연옥 본사도 3층 식당을 폐쇄 시켰다. 돈만 생각하자면 정신없는 행동이지만 하연옥 브랜드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 3층은 갤러리로 변모시켜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다.
-꿈이나 경영철학은 무엇이냐.
▲진주에 오면 진주냉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진주냉면이 기억에 남고 진주로 여행하는 맛이 나게 하는 것이 꿈이다. 경영철학이라면 진주냉면의 맛을 변함없이 지키는 게 경영철학이다. 비록 돈을 적게 벌어도 그 맛을 지켜나가 후세에도 이 맛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 경영을 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게 목적인데 그렇게 하지를 않나.
▲돈을 생각했다면 체인점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체인점을 내면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육수 만드는 회사를 만들자는 섭외도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하지 않는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
▲아프리카에 하연옥 마을을 만들고 하연옥 학교를 만들고 싶다. 아직은 그 정도는 안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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