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빨간마후라 김영환 장군과 해인사
진주성-빨간마후라 김영환 장군과 해인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05 14: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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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빨간마후라 김영환 장군과 해인사

오늘(7월6일 음력 5월16일)은 합천 해인사에서‘빨간마후라’로 불리는 고(故) 김영환(1921~1954년) 장군의 추모제가 열리는 날이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열리지 못한다. 김영환 장군은 공군의 상징인 ‘빨간마후라’를 창안했고 영화 ‘빨간 마후라’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 문화재청이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김영환 장군이 이끈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관련 군사기록물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해마다 음력 5월16일에 해인사에서 김영환 장군의 추모제를 지내는 것은 그가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전쟁에서 지켜 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6·25 전쟁 당시 무장공비가 잠입한 해인사 폭격을 거부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냈고, 해인사에서는 장군의 이 같은 공덕을 기려 2002년 해인사 입구에 ‘김영환 장군 팔만대장경 수호 공적비’를 세우고 해마다 추모제를 거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1951년 8월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10전투비행전대장 故김영환 대령은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당시 북한군과 무장공비가 지리산·가야산 일대를 무대로 게릴라 활동을 벌이자 이들을 소탕하란 작전이었다. 하지만 김 대령은 어차피 북한군과 무장공비가 한 달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고 자칫 소중한 해인사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며 폭격 포기라는 결단을 내렸고,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사찰은 소실 위기를 면했다. 이렇게 전란 중 목숨을 건 김 장군의 용단이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소실 위기에서 구해냈던 것이다.

김 대령은 이후 미군 고문관이 주재한 군법회의에 불려나가 “팔만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철수했다”고 당당히 항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54년 초 김 대령은 준장으로 진급했으나 그 해 동해안 상공에서 실종했다. 김 장군은 전투기 탑승 때 빨간 머플러를 매고 다녔는데 이것이 널리 유행하면서 공군 조종사의 상징이 됐다.

최근에는 김 장군이 이끌던 제10전투비행단 종합보고서·비행기록 수첩, 출격 표시 작전지도·제10비 군사일지·조종사 출격일지·김영환 장군 명패 등 6건 8점이 국가문화재로 등록됐다. 여기에 오는 10월 열리는 ‘2020 사천에어쇼’에서는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고 김 장군이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거부해 팔만대장경을 지킨 비화도 재연비행으로 펼쳐진다는 소식이다. 올해는 여러모로 김영환 장군의 공덕이 인정받는 모습이어서 흐뭇함을 느끼면서 다시 한 번 김 장군의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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