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목마름
칼럼-목마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06 15:39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목마름

인간은 거울을 사용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거울을 보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반추(反芻)한다. 어떤 동물도 자신의 모습을 그리지는 못한다. 오직 인간만이 영상으로 자신을 비춰보는 일을 반복하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自己)의식(意識)이다. 이 자기 의식 속에서 에고(ego)가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제의 자신보다 반사된 영상에 더 큰 흥미를 갖는다. 당신의 마음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 실제의 어떤 사건보다 한 편의 드라마에 더 큰 감동을 느끼고, 실제의 여자보다 사진이나 영상이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진실보다 허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실제보다 영상에 더 큰 흥미를 느낀다. 그러나 매일같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을 알면 거짓은 사라진다. 허구 속에서 자신을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구보다는 진실에 더 흥미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더욱더 자신과 멀어질 것이다.

영상, 허구, 꿈, 이미지 등의 거짓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게 바로 당신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알 수 없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관심을 쏟기보다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만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래서 자신의 겉모습을 치장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 당신이 쌓은 도덕과 선행의 탑은 남의 눈에 아름답고 선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보이도록하기 위한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당신의 삶에 커다란 손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종교적인 사람으로 보아준다 해도 당신이 종교적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제아무리 당신을 행복한 사람으로 보아준다 해도 그것으로 당신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 가식을 버리고 남을 의식하지 말라.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것보다 실제의 행복에 관심을 기울여라.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보다 아름다움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라.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산다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것은 별문제가 안 된다. 배고플 때 필요한 것은 진짜 음식인데, 그림의 떡이 어떻게 당신의 배고픔을 해소시켜주겠는가? 목마른 당신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물인데 물 사진이나 화학방정식이 그 목마름을 풀어줄 수 있겠는가? ‘군자는 의로움(義)에서 깨치고, 소인은 이익(利)에서 깨친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돌림병이 돌 때 의로운 판단은 그걸 막는 것이지,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멀리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데 근심이 있다’는 말도 있다. 이때 멀리 내다본다는 것은 국가와 공적인 차원을 뜻한다. 국가의 명운보다 눈앞의 선거나 권력에 영혼을 빼앗긴 정치인이 관리들은 모두 소인배다.

세계 200여개의 국가 중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7곳이다. 즉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이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세계전체에서는 자살 율이 3위이며 OECD국가 중에서는 단연 1위이이다. 행복지수에서는 조사대상 143개국 중 118위로 최 하위권에 속한다. 우리국민들은 객관적인 풍요 속에서도 왜 행복하지 못할까? 탈무드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누구인가? 어떠한 경우에도 배움의 자세를 갖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감사하면서 사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독일의 빌헬름 웰러는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감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행복은 소유에 정비례하기 보다는 감사에 정비례한다는 말이 아닐까 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행복을 곧 소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소유가 없어졌을 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목이 마를 때 시원한 생수 한 잔을 마시면서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