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인기투표초등학교 때 반마다 반장을 뽑는 법이 달랐다. 어느 반은 반원들이 말을 들어보고 뽑고 어느 반은 선생님이 지정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내가 보기에는 반장은 공부를 너무 못해도 안 되지만 그것보다 집이 살만해서 선생님과 내왕이 있는 까놓고 말하면 촌지를 좀 가져다 줄 수 있는 소위 ‘있는 집 아이’가 되었다. 더러 공부는 잘하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반장을 못한 사연이 소설이나 수필로 올라오면 역시 기준은 돈이었구나, 하는 걸 새삼 더 느낀다.
얼마 전 후배와 지인의 초등학생 아이들 반장 선거를 보았다. 자신의 정책을 알리는 피켓을 만들고 정견 발표를 연습하는데 물질적인 환경보다 리더십이 우선하니 아이들이 바른 생각을 가진 친구를 뽑겠다는 생각이 들어 격세지감이 들었다. 내 후배처럼 엄격한 친구는 피켓이나 정견 발표를 도와달라는 아이의 말에 그런 건 네가 스스로 해서 평가 받아야 한다고 냉정하게 거절하여 원망을 듣는가 하면 또 다른 지인은 전문가인 친구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나름 완벽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가 있었다. 그 용이 모든 이를 지배하니 용을 많이 만들어 다 같이 우위에 서보자고 시작한 제도들이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로스쿨제도가 그렇다고 본다. 물론 남보다 공부를 덜해도 성적이 아주 잘 나오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알바 안하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 , 실력 좋은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 자기소개서를 잘 만들도록 도와주는 여건에 의하여 입학이 결정되니 노력할 운동장도 아예 갖지를 못하는 아이들은 좌절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곳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평생 그 권력에서 내려올 일이 없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권력 기관의 세 축, 입법부 사법부 검사를 제외한 행정부중에서 다른 두 곳은 이동이 있지만 사법부와 검사 권력은 한번 시험으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있는 아이들, 적어도 부모가 정규직 이상은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이제 개천은 복개공사로 막혔고 용은 천상에서만 서로 새끼를 낳고 기르는 시대다. 그러니 사람들의 생각을 만들어낸다고 믿는 언론이 그 줄에 서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5년마다 정권은 바뀌고 여론이 인기투표도 아닌데 수시로 대통령지지율을 조사해서 공표하는 세상이다. 코로나사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했을 때 대통령 지지율이 70프로가 넘는 것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국민을 웃게 하고 지지받고 싶으면 이런 소득을 평상시에도 지원하면 되는 게 아닌가? 어차피 자본주의는 돈이 돌아야 살아가는 세상이니 헛웃음이 아니고 진지한 생각도 들었다.
국민들의 대다수는 이제 지역감정의 미몽에서 벗어났다. 아직도 ‘우리가 남이가’로 이념을 내세우고 감정 섞인 가짜뉴스로 호도하지만 정말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공정한 세상 아닌가! 위험한 말이지만 독재 어쩌고 하는데 좋은 독재 해주었으면 한다. 언론이 부추기는 인기투표 같은 여론조사에 휘둘리지 말고 최소한 이 운동장을 좀 비스듬하게라도 만들어 줄 정책들이 나왔으면 한다. 그 정권에 대한 평가는 당대가 아닌 후대에 하기 때문에 휘둘리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도 공정한 사회를 위한 지지를 멈추지 말자. 비록 내가 손해 보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손해 보지 않고 좀 더 억울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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