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3)
도민칼럼-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08 15: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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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꿀벌을 보호하지 못하면 지구는 망한다(3)

옛날부터 꿀은 부자지간에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이 팽배해 양봉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꿀을 취급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자기 꿀은 진짜 꿀이라 해도 사람들은 믿어 주지를 않는 세상이다. 그러나 나는 얼마 전에 직접 벌을 키워본 경험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안심하고 진 꿀을 찾기 힘들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은 아카시아 꽃이 만개했을 때 꿀벌을 직접 키우는 현장에 가서 산다면 이는 100%장담할 수 있다. 양봉하는 사람들은 아카시아 꽃이 필 때는 절대로 설탕을 먹여 꿀을 수확하지 않는다.

양봉하는 사람들이 1년 중 가장 바쁠 때가 아카시아 꿀을 채취하는 때이다. 이때는 꿀벌이 계속해서 꿀을 물고 들어오면 꿀 따기에 바쁘다. 비싼 설탕을 먹여서 헛수고를 하는 어리석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꿀벌이나 개미 하면 먼저 이솝이야기의 매미나 베짱이처럼 지혜도 없고 놀기만 하고 게으른 사람들을 떠오르게 된다. 그렇지만 꿀벌과 개미는 집단생활을 하며 각자가 맡은 바에 따라 자기가 맡은 일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교훈을 얻는다.

나는 벌써 20여 년 전인가 보다.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아카시아나무와 꿀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깨달은 나머지 꿀벌을 직접 길러 보고 싶었다. 양봉은 무조건 벌만 키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은 필수였다. 농업기술원에 교육도 받으러 다니며 책자를 뒤지고 인터넷에서 꿀벌과 아카시아에 대해 공부를 했다. 아카시아는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리에 있는 나무임을 깨닫고 나니, 아카시아 꽃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카시아와 꿀벌의 생활환경과 속속들이 알고 싶어 직접 양봉을 해 보기로 했던 것이다. 덕분에 다른 양봉인들이 길게는 몇 십 년 짧게는 몇 년씩 노하우를 쌓았던 사람들 못지않게 꿀을 생산했던 적이 있어 아래와 같이 소개 한다.

새 천년 초부터 양봉에 필요한 기구들도 준비했다. 양봉을 하고 있는 같은 교회를 다녔던 집사님에게 부탁해 경북 봉화에까지 올라가 질병과 추우위에도 강한 우수한 꿀벌 군을 구매를 하고 본격적으로 꿀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채밀할 때는 적어도 6~7명의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양봉업자들 하고 품앗이 팀을 이뤄야 했다. 우리 팀은 경북봉화에까지 아카시아 꽃을 따라 꿀벌들을 화물차에 싣고 올라 다녔다. 남쪽에서는 아카시아 꽃이 지고 있었지만 봉화에는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섬진강이 흐르는 남쪽 보다 기온 차가 5, 6도 차이가 나며 개화 시기도 보름 이상 늦게 피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국토가 좁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카시아 군락도 남쪽 지방에는 띄엄띄엄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봉화지방에는 모든 산이 아카시아 꽃들이 하얗게 덮여 장관이었다. 꽃향기 그윽하며 꿀벌들 날갯짓하는 소리가 윙윙거리니 별천지에 온 느낌이었다. 남녘에서부터 꽃을 따라 이동해온 많은 양봉업자와 한 축에 낄 수 있었다. 몇 십 년씩 양봉에 종사했던 사람들과 꿀 수확을 같이할 수 있었다니 감격스러웠다. 같은 팀을 이룬 베테랑 팀원들 보다 매번 꿀 수확은 내가 일등을 했다. 꿀을 한번 채밀하고 나면 보통 3~4일 간격으로 채밀을 한다. 다음 채밀하는 날까지는 며칠씩 여유가 있었다. 팀원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가까운 명승지나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구경을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몇 십 년 동안 살면서 여행을 장기적으로 해 본 적이 없었다. 집을 떠나서 약 보름 동안 기온차가 남쪽보다 많이 낮은 산새 좋고 경치 좋고 공기 맑은 청정지역에서 생활은 즐거웠다. 아카시아 꽃향기를 맡으며 온통 꽃밭에서 둘만의 낭만적인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힘들었을 때도 많았다. 벌 군수가 많아지고 꿀벌 통들은 무게가 2~3십 킬로씩이나 되니 다루기가 힘들었다. 수시로 벌통 뚜껑을 열고 벌들의 상태를 살펴야 했다. 벌에 쏘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꺼운 옷을 입어야 했으며, 망을 뒤집어쓰고 작업을 해야 하니 온몸이 땀범벅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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