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그늘에서 핀 장미
아침을 열며-그늘에서 핀 장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08 15: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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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

김정헌/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그늘에서 핀 장미


이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 근처에 걸어서 30분 정도만 가면 갈 수 있는 둘레길이 있었다. 그곳엔 작은 약수터가 하나 있어 어르신들 사이에서 물이 좋다고 소문이 났는지 언제나 어르신들과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주인 모를 물통들이 한 줄로 기다랗게 서 있었다. 저는 그곳에 업무가 힘들거나 지칠 때 또 건강을 위해서 항상 하루에 몇 번씩 올랐다. 저에겐 그곳이 쉼을 주는 장소였다. 한때 사업과 건강 악화 등 여러 가지가 일들이 겹칠 때 저는 그곳을 더욱 찾게 되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는 여전히 그 길을 올라가는데 햇볕이 잘 드는 길가에 들장미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워 나를 기쁘게 하였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커다란 나무들 사이 들장미들은 큰 나무들 때문에 햇볕이 들지 않아 봉오리만 간직한 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꽃을 보며 생각했다. 만약 너희들도 저 장미들처럼 나무 그늘이 아닌 햇볕에 있었다면 다른 꽃들처럼 저렇게 아름답게 피울 텐데…이런 생각과 함께 그 장미가 내 인생과 비슷한 것 같아 조금 전에 꽃들이 준 아름다움과 향기는 잊어지고 곧 안타깝고 처량한 감정이 다시 나를 물들게 했다.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이 다가올 때쯤 늦은 여름비가 촉촉이 내릴 때 저는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다른 꽃들은 다 졌는데 그 그늘 밑에 있던 장미들은 이제야 빨갛게 꽃을 피우며 향기를 내기 시작했다.

모두가 끝났을 때 그들은 ‘지금부터 나의 시대가 왔다’라며 선포하듯 이전 꽃들보다 더욱 아름답게 피우는 것 같았다. 저는 그 꽃들을 보며 많은 위로를 얻었다. 그래 나에게도 반드시 나의 때가 올 거야 그때를 위해서 한 번 더 힘을 내보자.

우리 인생 앞으로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옛말에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라는 말이 있다. 아래 사진은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찍어둔 사진이다. 아직 피우지 못한 봉우리를 보며 여전히 잘 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인생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비 오는 날 그늘 밑 들장미
비 오는 날 그늘 밑 들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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