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북한 체제가 무너져야 핵 문제가 해결된다
칼럼-북한 체제가 무너져야 핵 문제가 해결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14 15: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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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
황규홍/김동리 다솔문학 협회 회장ㆍ시인ㆍ작가-북한 체제가 무너져야 핵 문제가 해결된다

죽음의 백조(B-1B)가 우리나라 상공을 날아와 북한 가까이서 작전 실험을 한다는 것은 트럼프의 허풍으로 볼 수 없는 무서운 현실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고뇌는 누구도 이해 못 한다. 대북 전단이 문제였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로 이어진 6월의 격동은 남북 관계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그 바람에 ‘한국 전쟁 70년’의 현재적 의미를 차분히 성찰할 기회도 사라졌다. 그렇다 해도 지난 한 달간 북한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를 짚어보는 일마저 생략해선 안 된다. 북 비핵화 의지 의심했던 볼턴과 협상 집중하는 비건을 더 경계하여 방한 메시지에 ‘북 비핵화’ 없어 진전없는 북핵. 그 말을 믿고 기다린 국민만 바보가 됐다. 70년 내내 국민을 속인 것이다. 11월 미 대선이 끝나고 다음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국제사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할 주체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는 다시 국제사회의 미아(迷兒)가 되었다.

북한은 핵 능력을 키울 시간을 또 벌고, 한국이 직면할 안보 위기는 그만큼 깊어진다는 뜻이다. 그냥 지금 한국 사회에서 기시감마저 느껴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파시즘’을 경계하는 소수를 ‘배신자’로 낙인찍으며 민주주의를 지칭하는 것만큼 민주주의 모독에 해당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1989년 6월부터 北韓憲法(북한 사회주의 헌법)에 나타난 자유와 권리에 관한 연구를 처음 시작한 이래 28년 동안 현재까지 이렇게 남북이 전쟁 위험에 도달한 것은 여러 번째로 심각성을 감지한다. 여기서 심각성은 이날까지 한 민족을 빌미로 소위 강대국들이 핵을 보유하고 위세를 떨치는 힘의 원리에서 한국의 설움은 말할 수 없는 고역이다.

그것은 미국과 북한이 평화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으로 전쟁을 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北은 핵무기 보유이고, 미국은 북의 비핵화 목표가 흐트러지면 안 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모두가 희망한다. 군인도 전쟁은 싫어한다. 트럼프는 비건 방한 기간에 김정은과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슬쩍 비쳤다. 하지만 ‘쇼’에 불과한 정상회담이나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선택을 다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현재로선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지금 미국과 만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정치적 우상은 고려하지 않고 배제한 채 계급적 프레임으로 정책을 고집하는 사상적인 불순이 확대 설계됐다. ‘수 없는 모욕 욕설’ 담은 어린 남매가 허망하게 무너졌다.

무능도 무능이지만 광기(광기)에 가까운 오기로 치달았다. 북한의 실상과 우상화의 실체가 때리는 규제책이 안 먹힌다는 것은 일찌감치 확인된 사실이었다. 북한의 북한을 버리고 계속 고집스럽게 북한을 선택했던 것은 이번 폭파를 보고서는 문재인 정권사(史)에 남을 굴욕이다. 북한과 친해 보겠다고 온갖 전술을 폈던 것이 잡히지 않은 ‘북한 불패(불패)’를 보증해 주고 있는 셈이 됐다. 그가 국민의 여론을 포기하고 북한을 선택한 미련의 정책은 북한 공동연락 사무소 파괴로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 됐다. 북한과 미국의 중재 정부가 맞나? 이런 정권을 믿고 북한과 대화를 기다려도 되나? ‘선군 정치’도 모르고 문 대통령이 밀어붙인 북한의 굴욕적인 횡포의 도를 넘어 ‘정쟁’하겠다던 것은 애초 실패가 예정된 코스였다.

2005년 북핵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던 부시 행정부는 막판에 ‘악의적 무시로’ 북한을 냉대 했지만 이 두 가지는 아예 목록에서 지웠다. 6월 한반도에 회오리가 몰아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내세운 막말 퍼레이드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남북화해의 상징이 무너지고 4·27 판문점 선언은 껍데기만 남았다. 보수 측에서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방적 사랑’ 아니 그건 너무 점잖은 표현이라며 ‘스토킹 수준’ 대북정책의 결과라고 성토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는 언제나 선(善)이다.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이들도 ‘그래서 해법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화와 협상 말고 내놓은 방도가 있는가? 북한 체제가 무너져야 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희망 고문’을 하는 격이다.

‘네오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8년 동안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회고록에서 ‘북한 문제를 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제약’이라며 ‘북한 체제 붕괴’와 ‘대북 군사 옵션’을 제시했다. 김정은이 젊은 유학 시절에는 공산주의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죽고 낡은 추종자들의 이념으로 선군정치 의심에 젖어가면서 확실한 우상화 주체사상이 ‘핵’ 강국으로 선군의 틀이 잡히고 있던 날이었다. 바이칼 호수처럼 강한 인상은 아니지만, 공부를 시작한 초기에 외국에서 황장엽 철학을 존경하면서 레닌주의 모순이 무엇인지를 파악은 할 수 있었다.

변증법대로 설명하자면 ‘안티(正)와 안티테제(反) 사이의 갈등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철학의 논리라 할 수 있다. 계급 없는 사회가 실현되고 그전 사회가 출현함과 동시에 변증법적 충돌이 끝난다는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황장엽은 깨달았던 것이다.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아님에도 유물론자처럼 살아야 했던 그의 삶의 비극이 파란만장한 병든 몸을 자본주의 틀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떠난 그를 김정은은 생각도 못 한다. 곧잘 생각하는 것이 큰소리 내는 화성 14호의(최대고도 2800km, 비행거리 993km)실적으로 미군 기지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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