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시장님의 슬픈 뒷모습시장님, 뭐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 어찌 그리 슬픈 모습을 남기셨는가?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이제는 알 것 같다. 아무리 인생이 공수거 공수래 라고 하지만 그토록 소탈한 모습을 남기시다니. 하루 종일 앞뜰뒤뜰의 풀을 뽑고 잔디를 깎고 나뭇가지를 치느라 쉴 새 없이 일하다 퇴근하는 성실한 정원사의 모습이기는 하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시장님은 서울의 정원사이셨다. 아무리 정원을 다듬어도 금새 가지는 웃자라고 잡초는 무섭게 억세졌다. 물을 주고 돌아서면 또 달라며 시들시들해졌고 흰 꽃을 심으면 붉은 꽃을 좋아하는 주인들이 불만을 품고 난리를 치고 노란 장미를 심으면 핑크빛 다알리아를 좋아하는 주인들이 말 안 듣는 정원사를 갈아치우자고 난리를 쳤다. 정원은 넓고 따라서 주인은 더 많았다.
광화문광장의 촛불행진곡의 숨은 지휘자였다. 어리석고 못난 정권에 분노한 촛불이 승리하려면 어떻게 타올라야 할지 마치 보이지 않는 지휘봉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철저히 지휘하셨다는 것, 우리 촛불들은 기억한다. 우리 촛불들이 다치지 않게 철저하고 용의주도하게 교통을 통제 질서를 세웠다. 집권자의 수하들이 물대포 못쏘게 수돗물사용을 불허하셨다고 들었다.
촛불혁명의 숨은 지휘자! 그것만으로 시장님은 충분히 위대하다. 좋은 일을 말없이 숨어서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대한 박원순 시장님으로 영원히 역사에 기릴 것이다. 만약 시장님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면 잘못된 정권에 우리국민은 계속 속았을 것이다. 속는 일이란 언제 어디서나 불쾌한 일이고 하물며 나쁜 정권에 속는 건 생각만으로 끔찍하다.
혹자는 시장님을 이러쿵저러쿵 비난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비난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허물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나 또한 할 수만 있다면 저 슬픈 뒷모습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한 대 치고 싶다. 바보 같으니까. 그토록 슬픈 뒷모습을 서둘러 보이셨으니까. 그러나 이왕 그리하셨으니 시장님의 슬픈 뒷모습일망정 오래오래 기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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