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어느 민원인의 폭언
진주성-어느 민원인의 폭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16 16:4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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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어느 민원인의 폭언

경남도민신문 애독자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오늘부터 ‘晉州城’필진으로 참여하게 되어 무척 영광이오나 천학 비재하여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정성을 다 할 각오이오니 혹시 미흡한 부분이나 잘못이 있을 시는 기탄없는 질정으로 바로잡아 주시옵기 바랍니다.

필자가 어린 시절 6~70년 전만해도 시퍼렇게 법질서가 살아있었다. 농촌지역 대부분의 땔감은 산에 나무(솔가지나 낙엽)를 해다가 해결했고, 농부의 허기를 채우는 데는 농주(밀주)를 직접 담아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살림살이가 넉넉하다면 양조장의 술을 사다가 마시면 편하고 좋겠지만 당시의 농촌 실정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산에 솔가지를 베어오는 일이나 밀주를 담아 마시는 일은 불법으로 단속의 대상이었고 벌금도 부과되었다.

가끔 공무원들이 단속을 나오는데 “술 치러 온다. 솔갱이 치러 온다”고 하면 온 동네에 야단법석이 났다. 해다 둔 솔갱이는 짚이나 낙엽으로 덮고 술동이는 집밖 대밭이나 허름한 곳에 숨기기가 바빴다. 집 밖에서 적발되면 우리 것이 아니라고 모른 체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산림과 공무원이나 세무서 직원들의 권위는 실로 대단했고, 일반 국민들은 그들 앞에 기를 펴지 못했다. 그 시대 오죽했으면 울던 아이도 “저기 순사(순경)온다”고 하면 울음을 뚝 그쳤으니 더 말할게 있겠는가. 아무 죄지은 것이 없어도 순사만 보면 공연히 겁이 나던 시절, 이런 시대가 불과 6~70년 전의 일이다.

세월이 흐르고 민주화가 되니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태고에 천지개벽이 되면 높은 산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산으로 치솟는다더니 천지가 개벽된 세상이다. 울던 아이가 말만 들어도 울음을 그치던 순사에게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정당방어를 하여도 과잉진압이라고 몰아붙이는 세상, 민주화 인권에 밀려 공권력이 무력해지고 있으니 참 무섭고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몇 달 전 동사무소에 볼 일이 있어서 간 일이 있었다. 동사무소에 들어가기도 전에 안에서 아주 소란스런 고함소리가 문밖까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60대쯤 보이는 여자민원인이 직원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하고 있었고 직원들이 그를 진정시키기에 안간힘을 쓰며 달래고 양해를 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무슨 사연인지 잘 모르지만 뒤에 동장이 들어오니 동장자리로 찾아가 “내가 누군데…네가 어떻고…높은 사람에게…”
반말을 하면서 분을 참지 못했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였고 신분이 높을수록 이래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일은 순서가 있는 법이고 사안에 따라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관청은 나 혼자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닌 동민모두가, 시민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며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하는 곳이다.

내 뒤에 숨어있는 힘이 있다 하더라도 아무데서나 목에 힘주고 큰소리치는 이러한 작태는 삼가 하여 명랑한 사회를 이루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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