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별의 별 일
도민칼럼-별의 별 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21 16: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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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별의 별 일

말 가지고 하는 개그를 아재개그라고 한다던가? 꼰대 세대가 된 나는 말 가지고 하는 말장난이 재미있다. TV예능 프로를 보면 어른들은 뜻은 다르나 음은 같은 말을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막 웃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의아해한다. 그 표정도 우리는 우습다. 예를 들면 죽집을 하고 싶다는 어떤 출연자를 보고 ‘그거 죽이는데?’, ‘죽죽 잘 넘어가죠’ 이런 말이 재미있다면 이 칼럼을 읽고 계시는 그대도 쉰세대다. 나이 쉰이거나 쉰냄새난다는?

쉰세대 시인이자 사진가인 이원규씨도 지금 토지문학제 20주년 초대전으로 하동군 악양면에 있는 최참판댁 뒤의 문학&생명관에서 <별천지> 사진전을 한다. 하동 화개의 절경을 빗대어 신라의 대문학자 최치원 선생은 일찍이 호중별천(壺中別天)이라는 시를 지었는데 동국화개동 호중별유천(東國花開洞 壺中別有天)이라는 구절이 있다. 둥국 화개동은 호리병속의 별천지라! 이 별천지라는 말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에서 왔는데 당나라 시인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보면 속세에 물든 인간 세계와는 동 떨어진 세상으로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적인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별(別)을 우리 말 ‘별’로 바꾸어 별천지(별天地)사진전을 열고 있다. 세상사가 하도 시끄러워 끼려고 들면 한이 없고 싸우려고 들면 더 정신이 없고 모른 체 하려니 무기력해지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올 한해는 대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개인이나 조직이 계획한 일들에 있어 모두 어긋났다는 말들을 한다. 나만 힘든 게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한 일인지! 서로 처지를 아니, 위로하고 위로받기도 한다. 그마저도 기력이 없는 경우도 있어 이럴 때는 좀 차분히 지내고 싶은데 무슨 기운들이 그리 많은지 여기저기 이편저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도 많다.

사람 사는 세상, 갈등이 당연하다지만 싸움꾼들이 판치는 세상은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무엇이 가장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지 그동안 먹고 사느라 바빠서 모르고 살았다면 지금이 그것을 고민하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언제 이런 한가한 시간을 모두 가져봤는가?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게 미덕이라는 고용주의 말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회사의 휴가를 모두 쓰라고 진심으로 적극 권장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사실 본인의지와 상관없이 쉬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조급하겠지만 그 또한 나 이외에도 많이 그런 상황을 맞고 있으니 이 틈에 걱정하고 고민하기보다 준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이미 눈치 빠르고 속 깊은 이들은 이 시간을 그리 메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올 여름은 해외로 휴가를 떠나던 사람들이 모두 국내에 있다. 한 가지 꿀팁을 제안하자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들이 다 떠나는 시간에는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사심 가득하게 안내를 하자면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모습을 가진 하동으로 오시라! 지리산자락이어서 계곡 곳곳이 좋고 섬진강도 바로 내려가는 평사리 공원과 시원한 송림숲도 있다. 세상사 질곡의 깊이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최참판댁에 오면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이 살던 가옥도 볼 수 있고 문향에도 취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 하동은 하루 이틀로는 다 볼 수 없는 천혜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대로도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섬진강변을 한눈에 보고 차를 마시려면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입소문으로 가는 스타웨이하동에 가고 차분히 부부송을 내려다보며 웰빙팥빙수와 감와인을 맛보려면 꽃다연와이너리카페로 가면 된다. 펜션 예약을 하려면 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다음카페에 들어와 학우할인업소 글을 보고 온라인가입학생이라고만 말해도 최대한 방을 구해줄 것이다.

행여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별을 보러 오시라고 ‘별 볼 일 없는 세상, 별을 보여드린다’고 말하는 이도 있으니 최참판댁 뒤 문학&생명관에 오시기를! 오늘자 뉴스를 보니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성공시켰다는 보고가 나오는데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 보지 못한 것들로 눈길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힘이 길러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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