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말과 글의 잔재주
진주성-말과 글의 잔재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21 16: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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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말과 글의 잔재주

말과 글은 의사전달의 매체이다.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된다고 했는데 틀리면 어떻게 될까. 크든 작든 사단이 일어날 것이다. 몰라서 틀리는 경우와 잘못 알고 있어 틀리는 경우가 있다. 몰라서 틀리는 경우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한 것이 잘못이고, 잘못 알고 있어 틀린 경우는 본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여서 상대로서는 이해가 되는 경우다. 몰라서 틀리는 것과 잘못 알고 있어 틀리는 것은 그래서 다르다.

모른다는 것을 본인이 알면서 사용했기 때문에 일깨움을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이고, 잘못인 줄 모르고 사용한 사람은 인지 즉시 고칠 사람이기 때문이다. 화가이자 가수로서도 유명하거니와 방송진행자로도 이름을 날리던 모씨가 몇 해 전 어떤 방송을 진행하면서 강에 나면 갈대이고 산에 나면 억새라고 했다. 억새와 갈대를 구분할 줄 모르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이 힘주어 말했다.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모 전문 문학지의 수필에 어떤 이는 ‘아 으악새 슬피 우니 하는 노래는 이 억새를 두고 한 말’이라는 내용의 글은, 박영호 작사 고복수의 히트곡 짝사랑의 내용조차 모르는 것을 글로 썼다. 말과 글은 대중가요의 노랫말과는 의미와 영향도 다르다.

말과 글은 틀리면 혼돈을 주어 혼란까지 유발할 수 있지만 대중가요의 가사는 가사 내용과 곡의 흐름에 따르는 분위기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허다하게 불리고 있는 소양강 처녀의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하는 것도 두견새가 언제 어디서 우는 새인가를 생각하면 기가 막히지만 우리들의 심금을 울린 국민가요가 아닌가. 그 말고도 이미자의 히트곡 ‘저 강은 알고 있다’에는 ‘비 오는 낙동강에 저녁노을 짙어지면’ 하는데 비 오는 날에 저녁노을이라니 기막힌 내용이지만 영화까지 만들어져 성행을 했다.

윤일로의 ‘월남의 달밤’도 유행 당시에는 ‘먼 남쪽 섬의 나라 월남의 달밤’하며 지금의 베트남을 섬나라라고 불리었다. 대중가요는 감성의 분위기에 묻혀 흘러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글에는 의미와 영향이 따르므로 신중함을 요한다. 시(詩)나 수필에서도 마찬가지다. ‘간밤에 무서리가 하얗게 내려고’무서리는 색이 없고 된서리가 하얗다. 표현의 멋을 부리려고 했는지 ‘동쪽 하늘에 실낱같은 초승달이 뜨면’초승달은 서쪽 하늘에 잠시 나타나는 달이고 동쪽 하늘에는 그믐달이 새벽에 뜬다. 지식과 학식이 못 미쳐서 다르게 혹은 틀리게 쓴다면 어쩔 수 없지만 멋과 맛을 내려고 사실과 다른 혹은 사실적이지 않은 잔재주를 부리면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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