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정년퇴임하시는 교수님을 보며학기 마무리 시점이 되면 정년퇴임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신다.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았어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해가 갈수록 동질감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정년퇴임을 맞은 교수님들을 보면서 나의 짧은 고사성어 지식 중 몇 개로 느낀 점을 정리해보았다.
우선,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지난주에는 학과 교수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기 위해 회의를 겸하여 잠깐의 시간을 마련하였다. 코로나 19로 외부에서 집단으로 모이는 것이 어려웠고 퇴임하시는 교수님께서 부담스러우실까봐 조촐하게 모였다. 재직 40년을 담은 몇 장의 사진을 보면서 그 동안 스쳐 지났던 많은 얼굴들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함께 근무했을 때는 생각지 못했는데, 동시대에 같은 직장에 있었던 것으로도 깊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인생사의 과정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셋째로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말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내 자신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음을 뜻한다. 벌써 20여 년 전 아버지께서 정년퇴임하실 때 나는 미국 유학 중이었다. 동생들이 찍어서 보낸 사진 속 아버지의 눈은 많은 의미를 품고 있었다. 그 큰 눈에 담긴 허전함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내게까지 전달되었다. 40년 이상 몸담았던 직장에 마음도 머물렀기에 더욱 허전했을 것이었다.
4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치고 논문을 쓰는 데 주력하셨던 아버지는 정년퇴임 후 달라진 생활을 힘들어하셨다. 또한 파킨슨병으로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논문을 쓰신다고 노력하셨다. 여전히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고 가장 젊은 시절을 직장에서 보낸 아버지는 겪어보지 않은 노년을 미리 대비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주어진 일을 하기에도 벅찼고 가보지 않은 길까지 넘겨볼 여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에서 타산지석을 삼는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엊그제 정년퇴임으로 학교를 떠나는 교수님을 보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은 허무함, 공감과 동시에 길게 남을 노년의 시간계획까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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