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미증유(未曾有)
진주성-미증유(未曾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26 15: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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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미증유(未曾有)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는 ‘미증유(未曾有)’의 경험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 사회가 기능을 멈추고 이동이 제한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 사태는 온 나라를 떨게 만들고 있다. 사회적·물리적·방역적 거리두기라는 여러 명칭으로, 반년 가까이 지속된 전대미문의 거리두기와 강요된 칩거는 우리 심신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를 두고 미증유의 감염병 사태라고들 하는 것이다.

미증유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미증유는 지금까지 없었던 일을 말한다. 코로나19도 지금까지 없었던 질병이 되다 보니 미증유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증유는 실상 불교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불교에서 나온 미증유는 부처님과 보살들처럼 뛰어난 사람들의 말씀이나 행적을 찬탄하는 뜻으로도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부처님으로부터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일들이나 진리를 들었을 때를 표현하는 말이다.

미증유는 불경에서 유래했는데, <능엄경>에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하여 모인 승려들이 미증유함을 얻었다(法筵淸衆, 得未曾有)”라고 하였고, <중아함경>에는 수장자(手長者)가 지켜야 할 8가지 미증유의 법에 대한 설명이 있다. 불경에는 미증유라는 말이 자주 보이는데,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거나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말할 때 사용된다. 이로부터 유래하여 이전에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매우 놀라운 사건이나 일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어, ‘미증유의 참사’라는 식으로 표현된다.

국가적 대재앙이 되어 버린 미증유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태는 우리 사회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충격파를 주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마스크 대란으로 사실상의 배급제까지 시행되어 약국마다 긴 줄을 서기도 했고,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과 막연한 공포가 우리 사회를 뒤덮었고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는 미증유의 사태가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그래도 우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언젠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낼 치료약과 예방약을 개발할 것이고, 그때는 코로나는 과거의 추억이 된 감염병인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의 경우처럼 기억으로만 남는 감염병이 될 것이다. 미증유의 코로나가 무섭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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