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꼬리가 되기보다 머리가 되자(1)
시론-꼬리가 되기보다 머리가 되자(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26 15:1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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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꼬리가 되기보다 머리가 되자(1)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약 64% 정도인 반면 전문대 졸업자의 취업률은 70% 정도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가 거의 절반 수준이라는 말이다. 대학가서 제대로 낭만을 즐겨보지도 못하고 각종 자격증에 토익점수를 취득하고 해외연수, 인턴근무 등 취업을 위한 온갖 스펙을 다 쌓아도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소수의 선택받은 이들의 몫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젊은 청년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문제다.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겸비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은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이루어져 왔고 대들보와 기둥만 양성하는 시스템으로 진화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정작 일할 사람은 없다. 이런 일자리 미스매치의 틈을 차지하는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다. 지방의 중소업체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운영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이들이 언제 열릴지 모를 대기업의 문을 바라보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버젓이 4년제 대학 졸업시켰는데 열악한 근무환경에 임금도 높지 않은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어렵게 들어간 곳도 조금만 힘들다고 하면 오히려 부모가 그만두라고 부채질을 한다. 그래서 니트족이니 캥거루족이니 하는 신조어가 생겼다.

필자의 아들도 수도권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공공기관과 기업 두 곳에서 인턴생활을 거쳐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대기업 몇 군데에 지원했다가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의 경험을 하고 지난해 중견업체에 취업을 했다. 다행히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라 그나마 취업의 문이 열려있을 때라 운 좋게 합격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지난해 취업을 하지 못했다면 아직도 서울의 반지하 단칸방에서 취업의 문을 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아들 녀석으로부터 며칠 전 전화가 왔다. 학교 다닐 때는 용돈이 떨어지면 전화가 왔었는데 요즘은 직장생활하면서 고민이 생기면 전화를 한다. 처음 근무하는 직장이라 비교대상이 없어 자신이 속한 회사가 계속해서 다닐만한 회사인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한다.

어떻게 조언을 해야하나 조금 망설였다. 내가 가진 낡은 사고와 가치관으로 조언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자신이 없었고 이미 세상이 많이 변화하고 있고 흐름도 과거와 달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뭔가 도움 되는 말은 해줘야 하겠기에 몇 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내가 회사 경영자라면 이제 막 들어온 신입사원이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건 사람을 잘못 뽑은 것이다.

회사의 상사들은 안 보는 것 같지만 신입사원이 회사에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딴생각하면서 건성건성 일하는지 다 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의 문이 닫혀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데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큰 행복이라 여기고 현재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라. 현재 있는 곳에서 성공해야 나중에 기회가 되어 다른 직장에 가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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