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
칼럼-죽음의 의미와 종류(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27 14:5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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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죽음의 의미와 종류(1)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불명예스러운 자살, 6·25동란 때 다부동 전투의 영웅 백선엽 장군의 서거(逝去), 폭력에 시달리다 애처롭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스포츠 선수의 죽음이 세간의 화두(話頭)이기에 죽음에 관하여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죽음은 먼저 임종단계부터 시작하게 된다. 임종이란 ‘죽음이 임함’혹은 ‘사망하기 바로 전’이라는 뜻이다. 1934년 조선총독부는 ‘의례준칙’을 반포하면서 상례(喪禮)의 절차로서 임종을 ‘병환이 위독해지면 근친자가 곁에서 모시고 안팎을 안정시키며, 운명하면 사자(死者)의 신체와 수족 등을 정제하여 뒤틀리지 않도록 함’이라고 법적으로 정의했다. 1969년 제정된 ‘가정의례준칙’에서는 임종에 대해 ‘병자가 위독한 상태에 빠지면 가족들은 침착한 태도로 다음의 일을 진행한다. ▲병자에게 꼭 물어둘 일이 있으면 내용을 간추려 병자가 대답하기 쉽게 묻고 대답을 기록한다. ▲가족은 속히 직계 존·비속 및 특별한 친지에게 기별하고, 병실에 모여 병자의 마지막 운명을 지킨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임종이란 이처럼 부모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전통적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큰 불효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병원에서 사망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임종을 지키지 못해서 불효했다는 죄책감은 거의 없어졌고, 임종의 뜻도 바뀌어서 말 자체의 의미로만 통용되고 있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임종 과정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죽음을 표현하는 문자로 한자어는 ‘사(死)’, 영어는 ‘death’, 그리스어는 ‘thanatos’, 라틴어는‘mors’다. 한자 사(死)는‘앙상한 뼈 알(歹)’과‘사람(人)’을 합해 만든 글자로 살이 깎여 없어져 앙상한 뼈만 남은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람을 형상화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죽음학을 ‘사생학(死生學)’이라고 하고, 중국이나 타이완에서는 ‘생사학(生死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한림대학교에서 생사학연구센터를 개설하고, 2005년에는 서강대학교 철학과의 최진석 교수를 중심으로‘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라는 표어를 내걸고 철학, 종교학, 심리학, 사회학, 의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한국죽음학회를 창립했다. 2013년에는 한국연구재단의 ‘학제 간 융합연구 지원사업’으로 죽음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건양대학교 웰다잉융합연구회가 구성되었다. 의학적으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정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심장(心臟)정지설’이고 또 하나는 ‘뇌사(腦死)설’이다. ‘심장정지설’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인 심장의 활동이 정지한 시점을 사망의 시점으로 보는 것이고 ‘뇌사설’은 인간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는 뇌, 특히 뇌간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한 경우를 죽음으로 본다.

오늘밤을 무사히 보내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뜬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라면 죽음은 나쁜 것일까? 사람들 대부분은 ‘죽음은 나쁜 것’이라고 여기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본능적으로 외면하고자 한다. 그러나 철학적 차원에서도 죽음이 정말로 나쁜 것인지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죽고 나면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상상해보자. 이 말이 옳다고 한다면 죽음은 결코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일단 내가 죽었다면 죽음은 절대 내게 나쁜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존재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죽음이 내게 나쁜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인간은 왜 죽어야 할까? 다양한 진화적 ‧ 유전적 ‧ 의학적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우리 대부분은 죽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는 동물이기에 인간은 질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아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죽은 후에는 어찌 되는 것일까?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내세의 사후보상세계가 과연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 곳은 어떠하며 우리는 장차 어떠한 모습으로 그곳으로 가는 것일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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