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단 현장 대표 고능석 연출가
(사)극단 현장 대표 고능석 연출가
  • 강미영기자
  • 승인 2020.07.27 18:0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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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주변의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 내는 것”
관객과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선보이는 (사)극단 현장의 대표 고능석 연출가. 그는 “더 나은 작품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해 연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객과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선보이는 (사)극단 현장의 대표 고능석 연출가. 그는 “더 나은 작품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해 연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치원 애민정신 담은 연극 ‘길 위에서’

제38회 경남연극제 대상 등 3관왕 영예
막내서 대표까지…극단 현장은 제 인생
“정의롭고 공정한 선배들의 정신 잇겠다”

일상과 공연의 순환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선보이는 (사)극단 현장이 연극 ‘길 위에서’로 제38회 경남연극제를 휩쓸며 46년간 쌓아올린 관록을 다시 한 번 선보였다.

극단 현장이 공연한 ‘길 위에서’는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을 소재로 국회의원 최성택과 그의 자서전 대필을 맡은 소설가 강상민이 겪는 고뇌를 그리는 정치드라마이다.

높은 완성도와 특색 있는 스토리로 관객에게 호평을 받으며 제38회 경남연극제 ‘대상’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지휘한 고능석 연출가가 ‘연출상’을, 최성택 역을 맡은 최동석 배우가 ‘연기대상’ 등을 수상하며 ‘길 위에서’라는 작품과 극단 현장이 가진 저력을 톡톡히 입증했다.

작품 소개 당시 “공연 연습을 하며 나라를 위해 큰 꿈을 꿨던 위대한 사상가인 최치원 선생이 지방의 작은 현 천령군(지금의 함양군)의 태수를 자청해 조성한 상림과 그 배경이 된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인 ‘애민정신’을 다시금 생각해보았다”고 밝힌 고능석 연출가에게 ‘길 위에서’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제작 과정을 물어보았다.

극단 현장이 공연한 최치원의 애민정신 담은 연극 ‘길 위에서’가 제38회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오는 8월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경남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극단 현장이 공연한 최치원의 애민정신 담은 연극 ‘길 위에서’가 제38회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오는 8월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경남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제38회 경남연극제에서 ‘길 위에서’라는 작품으로 3관왕의 명예를 거머쥐게 됐습니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기분이 좋습니다. 2017년도에 ‘길 위에서’의 초연을 했는데 당시 부족했던 희곡을 보완하려고 그 동안 애를 많이 썼습니다. 상을 받아보려고 노력을 했다는 뜻입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잘 나와서 좋습니다. 열심히 해 준 출연진들, 스텝들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이번 ‘길 위에서’는 고운 최치원 선생을 소재로 한 정치드라마라고 소개 됐습니다. 연극의 제목부터 최치원 선생의 시에서 따오셨죠. ‘길 위에서’는 최치원이 당나라 관직에 제수됐으나 더 큰 꿈을 위해 다른 과에 응시하려 벼슬을 내려놓고 시험공부를 하다 생활고 때문에 포기하게 된 심정을 읊는 시입니다. 이 시를 선택한 이유와 이번 극의 특징을 알려주신다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공모하는 사업 중에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이라는 게 있습니다. 경남의 우수한 예술단체들을 선정해서 경남의 시군문화예술회관에 상주단체로 파견해서 공연 창작도 하고 레퍼토리 작품도 선보이는 사업인데, 우리 극단이 함양군문화예술회관의 상주단체로 있을 때 공연장 옆에 있는 상림 숲의 탄생 배경이 작품 창작의 씨앗이 됐습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의 애민정신을 이 시대의 정치인들이 많이 들먹이지만 정작 애민의 애자도 모르는 듯한 사람들이 많아서 진정한 애민이라 무엇인가를 한번 들추고 싶기도 했습니다.

연극 ‘길 위에서’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연극적인 장치를 씁니다. 5선 의원이자 대권 후보인 한 정치인의 자서전을 쓰는 작가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최치원과 함양 상림을 조성한 백성들, 그들의 입을 통해 현대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세속적인 성공보다는 스스로 선택한 삶의 중요함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주무대가 정치인의 집무실인데 연극 중간 중간에 최치원과 함양 상림을 조성한 과거의 백성들이 그 집무실을 조금씩 뜯습니다. 역겹고 냄새나는 집이라고 말입니다. 결국 집은 다 뜯기고 마지막에 무대는 숲으로 바뀝니다. 인공으로 쌓은 재물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집이 다 사라지고 숲으로 바뀌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소름 돋습니다.

-작품 연출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사항은 무엇인가요. 또, 지난 공연에 비해 발전했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주인공 강상민의 고뇌가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이야기를 이루는 주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많이 좋아졌고 많이 선명해졌지만 여전히 모자라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전국대회 때까지 보완해볼 생각입니다.

-연출가가 가져야 할 중요한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공연을 만드는 것이 늘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진 않는데 연출 흐름이 틀어질 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연출가가 겸비해야 할 자세는 내가 ‘연출’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연출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나만의 생각으로 나의 의도대로 작품을 끌어가려고 하죠. 하지만 연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전체의 의견을 조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많은 다양한 의견을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만들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는 ‘시스템’으로 연극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게 훨씬 풍성하거든요.

연출 흐름이 틀어질 때는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줍니다. 그것을 적극 수용하는 편입니다.

극단 현장 연극 ‘길 위에서’
극단 현장 연극 ‘길 위에서’

-지난 2015년부터 극단 현장 대표로 일하고 계십니다. 극단 현장과의 인연을 소개해주세요.
▲1994년도에 극단의 막내로 입단해서 2015년도에 극단의 대표가 됐습니다. 극단 현장은 제 인생입니다. 제가 처음 입단했을 때 우리 극단의 선배님들은 배우 정의로웠고 공정했습니다. 저는 그 선배님들의 정신을 후배들에게 이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극단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작품대상을 수상해 극단 현장이 8월 29일부터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경남 대표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연극제 준비와 그 외 다른 공연 일정은?
▲우선 연극제 때 주변에서 주신 조언들을 작품에 녹여내 볼 작정입니다.

물론 우리 극단이 그 작품만 연습하고 있을 순 없습니다. 초청 공연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초청 공연들은 우리 극단의 생존 기반이기 때문에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중간에 신작 창작도 해야하구요.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시간을 더 쪼개 쓰는 중입니다.

-극단 현장이 추진하고 있는 복합문화예술센터 현장아트홀 건립이 화제가 되고 있죠. 관련 예산 모금과 건물 리모델링의 진척 상황은 어떻습니까?
▲모금 목표액은 무난히 달성될 것 같습니다.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사실은 모금되는 금액보다는 되돌아오는 사연들이 더 감동입니다.

우리가 연극을 해야 하는 이유를 기부자 분들이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번 모금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극단 현장이 지역 사회에서 잘 못 살진 않았구나. 그리고 앞으로 더 나누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복합문화예술센터는 시민들이 공유하는 문화예술 자산이 될 것이고 전국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연출가이실 뿐만 아니라 극단 현장의 대표,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장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십니다. 세 입장에서 바라본 경남연극계의 현 주소는?
▲3가지 역할을 한꺼번에 하려니 정신이 없네요. 저뿐만 아니라 경남연극계도 지금 한창 바쁩니다. 경남도립극단이 창단 공연을 앞두고 있고, 거창에서는 경남연극고등학교가 개교해 청년 연극인들을 배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밀양시에서는 올해 전국청소년연극제를 유치해 하반기에 전국규모의 청소년연극축제를 계획 중에 있고, 내년에는 대한민국연극제를 밀양시에 유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경남연극은 그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6번이나 수상하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각종 공모 사업에서도 전국 상위권을 상회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긍정적이고 서로 협업하는 선의의 경쟁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금 한창 바쁘지만 경남연극의 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극단 현장 연극 ‘길 위에서’
극단 현장 연극 ‘길 위에서’

-마침내 경남도립극단이 창단돼 첫 공연 ‘연극 토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남 예술인으로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네요.
▲경남도립극단은 우리 선배 연극인들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첫 연습 때 경남도지회장 자격으로 인사말을 했는데 잠시 울컥했습니다. 20여 년 전 도립극단을 꿈꾸며 포럼도 하고 지자체장을 만나 도립극단 창단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추진했던 선배님들 중 돌아가신 분도 있고 이제는 연로하셔서 활동을 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의 노력과 열정이 이제야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하니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도립극단은 경남연극인들의 지속적인 예술 생태계 조성과 경남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높이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경남도립극단이 설립목표처럼 경남연극인들과 경남도민들의 미래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만나 뵙게 될 관객들에게 인사 말씀을 드린다면.
▲극단 현장은 ‘길 위에서’ 같은 정통 대사연극 외에서 마임극, 1인공연, 아동가족극 등 다양한 형식의 레퍼토리 작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극단 현장이 선보일 작품에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강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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