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부산 지하차도 침수사고
진주성-부산 지하차도 침수사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28 16: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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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부산 지하차도 침수사고

장마 처음에는 이게 장마인가 싶을 정도로 어쩌다가 이슬비가 간간이 내리더니만 갑자기 쏟아진 폭우가 기어이 물난리를 내고 말았다. 부산 초량동 지하차도의 침수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명피해는 고귀한 생명을 잃는다는 안타까움도 억울하고 분한 일이지만 남은 자가 감당해야 할 몫도 엄청나다. 있어서는 안 될 생때같은 죽음이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우리를 억장 무너지게 한다.

문명한 과학의 필요악일까. 오고 가는 길에서도 너무나 허다하고 산업의 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하마나 올 때가 됐는데? 벌써 도착했겠지? 별일 없겠지? 이 모두가 잠재되어있는 걱정들이 부지불식간에 굳은살로 자리 잡았다. 어쩌다가 이런 불안의식을 품고 살아가게 되었나를 생각해 봐야 한다. 스릴러나 모험, 더러는 객기, 무지나 과신, 아니면 만용일까, 잔망스러워서일까. 자의적인 경우들도 허다하지만 타의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생활환경이나 현장여건의 근본적인 불안전한 조건이나 장치 또는 시설의 하자나 미비뿐만 아니라 부실 또는 결함까지도 묵인되는 일상으로 고착화되어버린 안전불감증을 들먹거리지만 그래 봤자 언제나 사후약방문에 그치지 처방에 이르지 못한다.

이는 권리를 주장해야 할 사람은 언제나 ‘을’의 위치에 있고 의무자는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의 고질적인 적폐이다. 민과 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당할 수 있을 가능성만을 두고 관을 움직이려고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사후신고는 제법인데 사전신고는 해볼까 하다가도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과 함께 끝난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어 포기해버린다. 사건이든 사고이든 언제나 남의 이야기지 본인은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에 차있다.

지난 24일의 부산 초량동 지하차도 침수는 어떤 설계였으며 어째서 통행을 통제하지도 않았을까. 전국 어느 지하차도든 지하주차장이든 출입구의 길바닥 물이나 천공의 빗물 유입을 막는 자연배수로와 배수펌프시설이 완벽하지 못하다. 부산 지하차도 사고도 국지성 폭우로 인한 침수라고 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안전시설은 예상의 최대치가 수용의 최소치라야 한다. 이번 사건을 예상외의 천재라고 하겠지만 예상의 최대치를 수용의 최대치로 잡았기 때문에 수용의 한계를 넘어도 한참 넘어버린 엄연한 인재이다. 사건 현장을 찾은 진영 행안부 장관은 “기상청, 지자체, 경찰과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여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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