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코로나19와 긴급재난지원금
세상사는 이야기-코로나19와 긴급재난지원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7.30 16:2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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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자/시인

백숙자/시인-코로나19와 긴급재난지원금


코로나19로 인하여 우리나라와 전세가가 비상사태다. 불행하게 세상을 떠나신 분들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진과 모든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크나큰 대재앙으로 불어 닥친 코로나19로 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방법은 손 씻기만 잘해도 예방할 수가 있다고 하니 올바른 생활습관을 준수해 우리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생명을 보호해야겠다. 또 마스크는 이제 거리 속 패션의 한 장르가 되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타고 운동도 하며 시장도 본다. 생활의 필수품 거리의 풍경이다. 하나의 어려움을 견디고 나면 다른 하나가 들어오는 순리처럼 거리의 새로운 풍경을 창출해 낸 마스크의 패션 내가 지킨 생활습관이 나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남의 생명도 존중하며 지켜 주는 더 없이 고마운 소모품이며 이제 필수품이 되었다.

폐질환을 지니고 사는 나는 이 코로나 난국이 몹시 두렵고 불안하여 배우던 시 창작 수업도 취소하고 간간히 운동을 하며 먹거리를 사기 위해 아침 시장을 나가는 것이 요즘 활동범위다. 짧은 시간이지만 반짝하는 번개장은 무엇보다 푸짐해서 자주 찾는다. 그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 서로 오고 가는 빠른 대화와 손놀림이 뿜어내는 삶의 진한 애환마저 향기로 풀풀 휘날리는 먹거리. 마치 살기 위해 충실하게 풀을 뜯는 소처럼 생동감이 느껴져서 더 애틋하다. 그러나 여전히 한낮의 시장 안은 한산하다.

힘들어하는 요즘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탬이 되라고 국가에서 무상으로 준 긴급재난지원금. 액수와 상관없이 일하지 않고 받으니 너무 생경스럽다. 노력해서 얻어지는 수입, 그것이 진짜 내 것이라 믿으며 살아온 시간들. 그런 내게 준 고마운 선물 또 살아보니 좋은 일 나쁜 일은 그 나름의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 결과는 모두 내가 만든 것이라 인정하고 순응하면 억울할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니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믿는 스스로 세운 내 원칙이었다.

선물로 준 돈을 뜻있게 써야겠다고 나름 계산을 하고 중앙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졸고 앉았던 ‘아지매’들의 손놀림도 바쁘고 목소리도 힘이 들어있다. 갈치 좌판도 채소전도 인물 좋은 복숭아 바구니에도 사람냄새가 풀풀 날린다. 골목마다 사람들 떠드는 소리 지원금의 힘은 또 다른 힘의 원천이 된다는 걸 다시 확인하고, 나도 그 힘으로 국숫집에서 후루룩 국수 한 그릇을 말아먹고 괜찮은 신발가게로 갔다. 작은 아들 신발과 내 것 하나씩 집으니 기능성 신발이라고 내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 순간 멈칫했다. 이런 때는 나오지 않고 계산을 하는 용기가 엄청 필요하다.

두 살 터울인 두 아들이 중1, 중3일 때 일이다. 혼자서 하루하루를 쉬지 않고 일해도 패망한 집안 살림은 회복될 기미는 영보이지 않고, 가난의 바닥은 더 방실거리던 시절 두레상 하나에 셋이서 머리 맞대고 공부해도 꿈이 가득하여 고된 줄 몰랐다. 실력도 경험도 한참 부족했던 두 아이의 가장, 엄마라는 위대한 사명감으로 견디는 용감함도 부재한 아비의 몫까지 지고 가긴 힘에 부쳐 오랫동안 버벅거리며 좌충우돌하였다. 아이들은 그 부족한 엄마의 능력을 아는지 어떤 것도 둘이 한꺼번에 하지 않았다 공납금이 밀려도 재촉하지 않았고 둘 다 신발이 닮았는데 공부 잘하는 형 먼저 사야 한다고 먼저 양보하는 작은 아들. 그렇게 날 위로해 주며 공부를 하던 두 아들.

그때 좋은 신발 하나 못 사준 게 보리까시처럼 늘 내 목덜미에 걸려 따끔거렸는데, 물론 신발 하나가 아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무게일까 마는 그래도 그때 못 해준 것을 지금 물질로 나눌 수 있으니 기쁘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으니. 아들에게 신발 사 두었다고 전화를 하니, “엄마 신발이나 좋은 거 하나 하셔요”한다.


선물로 받아 또 다시 아들에게 사랑을 선물하는 이 순간,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게 감사하며 하루속히 코로나가 소멸되고 다정하고 따듯한 우리의 일상 그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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