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천도재(薦度齋)
진주성-천도재(薦度齋)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09 16: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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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천도재(薦度齋)

천도재(薦度齋)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이다. 삼보에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을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의례를 재(齋)라 하며, 망자를 위해 올리는 재를 천도재라 한다. 천도(薦度)의 천(薦)은 ‘천거하다’, 도(度)는 ‘법도’의 뜻이다. 글자 자체의 뜻만으로도, 천도는 불보살의 힘으로 망혼을 극락과 같이 좋은 곳에 보내줄 것을 천거하는 법식임을 알 수 있다.

임종 후 중유에 머무는 동안 치르는 49재는 천도재의 핵심이다. 이 기간에 천도재를 지냄으로써, 망자의 영혼이 더욱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7일째 되는 날부터 49일째 되는 날까지 매7일마다, 그리고 100일째와 1년째, 2년째 되는 날 모두 합하여 10번 명부시왕으로부터 한번씩 심판을 받는다. 이중에서도 49재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명부시왕 중 지하의 왕으로 알려진 염라대왕이 심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49재는 꼭 치렀다.

천도재는 목적과 양상에 따라 49재 수륙재 영산재 생전예수재 등으로 나뉜다. 49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망자의 49일째 지내는 천도재이며, 수륙재(水陸齋)는 인간과 모든 생명체를 위한 무차평등(無遮平等)의 천도재이다. 영산재(靈山齋)는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설법하던 당시 법회를 재현하여 치르는 천도재이며, 생전예수재는 내세를 위해 명부세계의 심판관인 시왕(十王)을 모시고 생전에 미리 천도재를 올려 공덕을 쌓는 의례이다.

또한 백중(百中)이자 하안거(夏安居)가 끝나는 날인 음력 7월 보름에 스님들을 공양하면서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우란분재도 있다. 이들 천도재는 대부분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각 사찰에서는 명절이나 특정한 때에 다양한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

천도재는 대상을 청해 모시고, 생전에 지은 업을 씻는 정화의식을 거친 다음, 불보살 앞으로 나아가 공양과 불공을 올리며, 망혼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다시 돌려보내는 의식이다. 천도재 때 중요한 것은 망혼을 향해 끊임없이 법문을 들려줌으로써 미혹한 마음을 깨우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제사의 의미가 고인에 대한 추모와 효의 실천이라면, 재는 이에 더하여 망혼을 더욱 좋은 내세로 인도하기 위한 천도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 주위에는 억울하게 세상을 하직한 망자들이 많다. 이들의 망혼이 모두 부처님의 가피로 인해 극락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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