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꼬리가 되기보다 머리가 되자(2)
시론-꼬리가 되기보다 머리가 되자(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09 16: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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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꼬리가 되기보다 머리가 되자(2)

아들이 내말을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아직은 나름대로 회사에 적응하면서 잘 다니고 있다.

사실은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회사를 박차고 나올 것이 은근히 걱정되어 미사여구로 포장은 했지만 “딴마음 먹지 말고 현재 다니는 회사 열심히 다녀라”는 협박이었다.

대기업에 취업하면 근무환경도 좋고 연봉도 높지만 그 만큼의 노동을 해야 하고 거대한 조직사회의 한 부품으로서 역할을 해야할 경우가 많다. 경영주 입장에서는 연봉 4000만원의 직원이 연봉의 4배 내지 5배 정도의 수익을 올려줘야 회사가 손익분기점이 된다.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려준다면 회사에서 승진하고 높은 자리로 올라가겠지만 자신의 연봉 값을 하지 못하면 언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대기업의 한 부서에서 맡은 업무만 열심히 하다 나오면 정작 나와서는 할 것이 그리 많지 않다. 하나의 부품으로서 역할만 했기에 그 용도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으며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창업이나 재취업이 유리하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과 비교하면 연봉이나 근무조건 등이 열악하여 사기가 떨어질 수 있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다.

친구 중에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에 취업했다가 40대에 창업을 하여 나름대로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이 있다. 그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전문기술도 없지만 중소업체에 근무하면서 사업에 대한 마인드를 익히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그걸 바탕으로 사업체를 차려서 지금은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유턴하는 학생들도 많이 늘고 있다. 특히 필자가 근무하는 경남도립거창대학은 등록금은 사립전문대의 절반 수준인 반면 장학금 수혜율이 80% 정도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으며 거창군으로 주소를 이전하는 경우 기숙사비 지원도 하고 있다. 취업률은 70%로 4년제 대학의 64%보다 높다. 도립대학이라 학교 운영을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에 비하여 등록금은 저렴한 반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많다. 소수정예 교육으로 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용의 꼬리가 되는 것보다 뱀의 머리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여기서는 조금만 노력을 하면 해외어학연수, 해외 봉사활동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면서 보내는 것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문대학에서 인생의 미래를 설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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