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힘을 합치고 정을 나누자
진주성-힘을 합치고 정을 나누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11 16:3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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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힘을 합치고 정을 나누자

난리다. 이건 천지가 개벽을 하는 난리다. 수마가 전국 방방곡곡을 할퀴고 짓밟아 쑥대밭의 폐허로 만들었다. 처참하고 참담하다. 생떼 같은 목숨을 앗아가고, 집과 사업장을 덮치고 피땀으로 일군 농장도 공장도 삶의 터전 모두를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었다. 무너뜨리고 짓뭉개고 쓸어버리고 덮어버려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광란의 분탕질로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다. 삶의 터전과 활력을 송두리째 흙탕물 속으로 쓸어가 뒤범벅으로 짓뭉개서 파묻어버렸다. 산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제방이 터지고 강물이 넘치고 마을이 잠겼다.

하늘아 이 땅을 어쩌자고,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발악하고 싶다. 산자의 절규가 들리느냐 통곡의 소리가 진동하여 산야는 몸서리치고 삶은 몸부림친다. 내일을 준비하는 오늘이 우리의 삶의 전부인데 오늘을 짓밟힌 우리는 무엇으로 내일을 마련하나. 땀 흘린 시간도 앗아가고 아등바등 살아온 세월까지 빼앗겼다. 운명도 우리를 거부하고 신도 우리를 버렸을까, 행운의 여신마저 돌아앉고 저주의 악마가 할퀴고 간 산야, 하늘이 무너져 땅은 물바다가 되었다. 송두리째 잃어버린 삶의 터전을 어쩌면 좋으냐. 발버둥 치는 복구의 현장은 허망하고 참담하다.

널브러진 가재도구며 산더미 같은 저 쓰레기들은 일상의 생필품이었으며 애지중지하던 살림살이들이다. 주방기구에서부터 옷장이며 침대며 이부자리까지 흙탕말이로 길바닥에 쌓였다. 어느 것 하나 다시는 쓸 수 없는 쓰레기로 변했다. 소중하고 귀중해서 아까운 것이 아니다. 당장에 써야 할 물건들이다. 밀려온 토사가 방방이 그득하여 흙탕으로 진창이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억장이 무너진다. 암담하고 참담하다. 울컥거리는 서러움을 참아도 눈물이 앞선다. 언제쯤이면 전과 같은 일상을 되찾을 수가 있을까.

망연자실한 저들의 일그러진 모습 속에 내가 있다면 어찌하였겠나. 안간힘을 쏟는 저들을 일으켜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저 버거운 짐 나누어서 지고 함께 일어서야 한다. 돈과 시간과 그리고 노동을 일시에 요구한다. 그 어느 것 하나 마련도 녹록하거나 만만하지 않다. 얼마나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면 될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더 흘리면 될까. 억장 무너지는 저들의 절규를 우리는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이웃이 되어 외롭지 않았고 그들이 있어 우리는 일할 수 있어 배불리 먹었고 그들의 살 냄새 땀 냄새가 있어 우리는 희망이 있어 살아왔다. 밝아 올 내일이 그래도 우리 모두를 기다린다. 힘을 합치고 정을 나눠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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