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노(老) 교수님의 교훈
진주성-노(老) 교수님의 교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13 16: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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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노(老) 교수님의 교훈

일전 90세의 노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시간 나면 점심이나 같이하세” 젊은 사람이 큰 어른으로부터 먼저 전화를 받고 보니,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잘못했구나 하는 죄책감이 앞섰다.

비가 내리는데도 약속 장소로 가니, 연세에 비해 너무도 건강하게 활짝 웃으며 반겨주신다. “내가 자네를 좋아하는 것은 나와 비슷한 데가 많기 때문이야. 우리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직 자력으로 노력하여 오늘날까지 근면성실하게 살아 왔기 때문이네” 식사를 겸하여 2시간 반이 넘도록 허심탄회하게 교수님과 나눈 말씀은, 한 말씀도 소홀히 버릴 수 없는 깊이 새겨야 할 말씀들이었기에 혼자만 알고 있기 차마 아까워 필을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많이 배우고 출세를 하여 고위직에 있어도 인품이 따라 주지 않고, 갑질이나 하며 남의 지탄의 대상이 있는가하면, 비록 어렵게 살고 배우지 못하고 출세를 못해도 반듯하게 살며 남의 존경을 받는 훌륭한 사람도 많으니, 이는 가문의 차이와 인격형성 과정의 중요성이라고 하셨다.

교수님은 어릴 때 선장(先丈)께서 “세상을 살면서 항상 당당하게 살아라”라는 교훈을 주셨다고 한다. 부정이 있거나 언행에 흠이 있으면 절대 당당할 수 없는 것이기에, 올곧게 정도(正道)를 걸으라는 말씀을 항상 가슴깊이 새겼다고 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남을 무시하거나 아랫사람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하셨다.

만일 고위직에 있게 되었을 때 누군가가 어려운 일을 부탁하면, 부정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힘써 도와주고, 뒤에 조그마한 선물은 사양 말고 받으라고 했다. 그것마저 거절하면 상대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기에 감사히 받을 일이다.

또 선조를 모시는 종중의 재산에 욕심을 내면 절대 잘되는 일이 없고 아들 손자 때 까지 손해를 볼 것이니 경계할 일이다. 그러시면서 “내가 한평생 이렇게 무난히 잘살 수 있었던 것은 선고(아버지)의 음덕이다”라고 겸손해 하셨다. 필자가 보기에는 전통 사대부(士大夫)가문에서 가풍대로 배운 것을 실천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되었다.

서울대 교수와 국무총리를 역임한 조순 교수와는 같은 시기에 교수를 했는데 그 일화도 들려주셨다. 제자들이 조 교수님께 “평생을 살면서 교훈이 될 말씀을 해 주십시오” 하니 다음에 하면서 미루더니 퇴직하시면서 “내가 죽고 난 뒤에, 후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할 것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라”라고 하셨단다. 경상대학교 대학원장을 지내고 국내 곤충학계의 최고 권위자이며 선구자이신 김창효 교수님과 나눈 말씀은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귀감이요 이정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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